'조특법' 때문에 지방銀 세금폭탄

'지주사' 세금혜택 조항 빠져…부산·대구銀 500억씩 물어야
정부가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을 고치는 과정에서 실수한 탓에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을 추진 중인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1000억원대의 '세금폭탄'을 맞을 상황이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특법 개정안이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일부 의원의 반대로 통과가 무산됐다. 이번에 안건으로 오른 조특법은 은행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서 기존 은행 주주가 지주사 주식을 받게 돼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선 과세를 미뤄주기로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함께 지주 설립시 필요한 증권거래세나 자본등록세를 면제해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은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조특법을 고치면서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재정부는 지난해 말 기존 조특법에서 '은행의 금융지주사 전환시 세금 감면 혜택'조항을 빠뜨린 상태로 조특법을 개정해 올해 1월 시행했다. 하지만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을 추진 중인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등이 법체계의 문제를 지적하자 뒤늦게 수정작업에 나선 것이다. 이전에 지주회사 체제로 바꾼 KB · 우리 · 신한 · 한국씨티 · SC금융지주 등은 모두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으나 올해 전환을 추진하는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두 은행 모두 이번 조특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각각 500억원가량의 세금을 물게 된다. 올 3월 지주사를 출범시킨 부산은행과 오는 5월 출범시킬 대구은행은 기존 조특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세금 부담으로 향후 우리금융지주로부터 분할,매각될 가능성이 큰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인수전 참여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앞으로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할 농협,동부 등 금융그룹도 과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재정부가 지난해 말 조특법에서 의도적으로 세금 혜택 조항을 뺀 것이 아니고 다른 법 조문을 고치는 과정에서 실수로 빠뜨린 것 같다"며 "기존의 조특법에 따라 성실히 금융지주 설립을 준비해온 은행들만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달 중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는 오는 28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은행들에 면세 특혜를 주는 법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