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보낸 시스코 CEO…"원칙 없고 게을렀다" 이메일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최고경영자(CEO · 사진)가 자신의 잘못된 경영을 인정하는 '반성문'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체임버스 CEO는 5일 자신의 경영 실책 탓에 회사가 혼란을 겪고 있다는 반성과 변화에 대한 약속을 담은 이메일을 임직원들에게 보냈다. 그는 이메일에서 "우리는 의사결정이 늦고 실행에 게을렀으며 사업 확장에 대한 원칙도 없었다"며 "좋은 전략을 갖고 있었지만 길을 잃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렸고 임직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등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신의 실책을 인정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시스코는 기존 주력 사업인 네트워크 사업에서 벗어나 서버와 협업솔루션,셋톱박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왔다. 이 때문에 시스코의 사업 확대가 핵심 영역인 네트워크 사업의 역량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시스코의 최근 실적은 계속 부진했다. 시스코의 2010회계연도 2분기(2010년 10~12월) 순이익은 15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4분기 연속 감소세다. 주가는 지난해 35% 떨어졌다.

체임버스 CEO는 반성과 함께 직원들에게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앞으로 수주간 변화를 위한 강도 높은 노력을 진행할 것"이라며 "우리는 잃은 것을 반드시 되찾아야 하기 때문에 변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체임버스 CEO의 이례적인 반성문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주니퍼네트웍스 휴렛팩커드(HP) 등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체임버스 CEO는 위기 해법으로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그동안 주력해온 네트워크 사업을 포함,협업솔루션 클라우드 등 6개 부문에서만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