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케미칼 "美 정수기 필터시장 1위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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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사장, 애너하임 필터공장 준공식서 밝혀웅진그룹에는 요즘 '3사(社)'로 불리는 세 회사가 있다. 웅진케미칼(섬유소재) 웅진에너지(태양광 웨이퍼 업체) 웅진폴리실리콘이 그 주인공으로,모두 3~4년 새 인수나 합작 등을 통해 그룹 멤버가 된 새내기들이다. 3개사 임원들은 두 달에 한 번씩 각사 공장을 돌며 정기 모임을 갖고 돈독한 '형제애'를 쌓고 있다.
인도에 공장 설립…미국 水처리 기업 인수도 추진
윤석금 회장은 이들 3개사에 대해 신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과거 웅진그룹의 주력이 정수기 · 공기청정기(웅진코웨이) 학습지(웅진씽크빅) 등 소비자 중심의 방문 판매 사업이었다면,그 무게 중심이 두산그룹처럼 산업소재와 에너지 사업 등 '묵직한' 분야로 옮겨 가고 있는 분위기다. 웅진 3사의 중심에 서 있는 업체는 웅진케미칼이다. 웅진그룹이 2008년 1월 새한을 인수해 이름을 바꾼 웅진케미칼의 매출은 지난해 9112억원으로 올해 1조원 돌파를 목표로 삼고 있다. 웅진코웨이에 이어 그룹 내에서 두 번째로 매출이 크다. 이 회사가 올 들어 가장 주력하는 분야는 필터 사업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시에 미국 필터 공장을 준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현지에서 만난 박찬구 웅진케미칼 사장(49 · 사진)은 "3년 뒤 미국 가정용 정수기 필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이 당면 목표"라며 "세계 최대 정수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에도 곧 공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웅진케미칼의 미국 필터 공장은 중국 톈진에 이어 두 번째 해외 생산 거점이다. 가정용과 산업용을 합해 연간 73만개 생산 규모를 갖추고 있다. 웅진케미칼의 정수 필터는 오 · 폐수에 압력을 가한 뒤 막(멤브레인)을 통과시켜 정수하는 역삼투압(RO) 방식으로,미국의 다우케미칼과 GE,일본의 니토덴코와 도레이 등이 경쟁 기업들이다. 국내에서 RO 방식 정수 필터를 생산하는 곳은 웅진케미칼이 유일하다. 박 사장은 "미국은 세계 수처리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메가마켓"이라며 "제품 기준도 가장 깐깐한 미국에서 성공하는 것이 글로벌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웅진케미칼은 미국 공장 준공을 계기로 필터 사업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방침이다. 필터 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900억여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이지만,앞으로 5년 내 이를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박 사장은 "현재 50여개국에 필터를 수출하고 있으며,앞으로 성장 전략도 해외시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서 수처리와 관련된 화학 기업을 인수 · 합병(M&A)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웅진케미칼의 역사는 과거 삼성그룹 계열사였던 제일합섬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제일합섬이 계열 분리로 새한으로 바뀌었으며,새한이 웅진그룹에 인수돼 웅진케미칼이 됐다. 박 사장은 한양대 섬유공학과를 나와 1986년 제일합섬 연구원으로 입사해 5년간 근무한 뒤 퇴사,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를 땄다. 아서디리틀(ADL) 등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다 17년 뒤인 2008년 '친정 회사'로 복귀했다.
웅진의 새한 인수 과정에서 실사작업에 참여했다가 윤 회장의 눈에 든 것이 계기가 됐다. 윤 회장은 자신의 고향인 충남 공주시 유구면에 필터 공장을 둘 정도로 필터 사업에 관심이 많다.
애너하임(미국)=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