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진 기금, 파생상품 투자로 운용 다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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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헤지펀드 투자 결정한 이유는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헤지펀드에 투자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부적으로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내부 검토 결과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 있었다. 본부는 2007년부터 2년가량 실무 검토를 거쳐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에 헤지펀드 투자 방안을 올렸다.
이르면 하반기부터…年 10% 수익 목표
원자재·원유·금 등에도 투자 예정
문제는 2008년 9월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곳곳에서 '파생상품이 위기의 주범'이라는 성토가 쏟아지던 시점이었던 탓에 안건은 부결됐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헤지펀드 투자와 상품투자 등의 내용을 담은 의결안건을 오는 5월 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에 다시 보고할 계획이다. 이때 통과된다면 이르면 하반기에 투자가 시작될 전망이다. ◆목표수익률 연 10% 목표
국민연금이 헤지펀드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파생상품 투자를 통해 리스크 · 수익률 조합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덩치가 자꾸 불어 적절한 헤지 수단을 찾아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324조원.2015년 말에는 5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헤지펀드에 투자하면 리스크를 줄이면서 기대수익률을 동일하게 유지하거나,리스크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기대수익률을 다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검토되는 헤지펀드는 절대수익률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연간 목표수익률은 10% 정도다. 해외 투자부터 시작하되 국내에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관계자는 "가급적이면 간단한 구조의 상품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해외 연기금들이 하는 정도의 비중을 투자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연기금 펀드 중 네덜란드의 APG나 캐나다의 CPPIB는 전체 자산의 약 2~3%를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국민연금이 2015년 말 연금기금 규모(약 500조원)의 2%를 투자하더라도 10조원어치가 되는 셈이다.
◆상품(commodity)투자도 예정
복수의 연기금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조만간 상품투자도 시작할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원자재 원유 금 등에 대한 투자도 열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상품투자는 그간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필요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원종욱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전 세계 금융시장이 동조화돼 전반적으로 부실해질 경우 현물 부문,특히 금 원유 등은 상승세를 보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통제 가능성 우려도
현재 국민연금은 헤지펀드 등에 '소극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파생상품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할 경우 예상치 못한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손실을 본다면 그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헤지펀드는 요즘처럼 투자 수단이 마땅하지 않을 때 절대수익을 추구할 수 있지만 만약의 경우 큰 손실을 입힐 수 있는 양날의 칼"이라며 "통제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측은 "공식적으로는 기금운용위원회를 통과해야 확정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 헤지펀드투자 위험에 비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투자자본들을 칭한다. 원자재 환율 등 다양한 투자대상에 대한 파생금융상품을 조합해 리스크를 줄이거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쓴다. 조지 소로스의 퀀텀그룹 등이 유명하다.
이호기/서보미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