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유비의 인품에 제갈량의 머리까지…

송태조 조광윤 조병세 지음 / 태봉 / 544쪽 / 1만5000원
'유비의 후덕한 인품,관우의 충절과 천하무쌍의 무예,세상을 놀라게 한 제갈량의 군사전략,조조의 지모(智謀),태평성대를 이룬 당태종 이세민의 경세론(經世論)을 모두 다 갖춘 사람.'

《송태조 조광윤》의 저자는 당나라가 망한 후 군웅이 할거했던 5대10국(五大十國)시대를 끝내고 송나라를 세운 태조 조광윤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에 따르면 유비는 어질고 후덕했지만 자신이 덕이 있음을 알리기 위해 쇼맨십을 잘했던 연기자였다. 관우는 명장이었지만 화합하지 못했고,제갈량은 출중한 군사전략가였지만 여러 전투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조광윤은 평생 동안 전쟁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백전불패(百戰不敗)의 전략가요,맹장이었다. 조조는 오직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갖은 꾀를 다 썼지만 조광윤은 부득이한 경우에만 계책을 썼다. 당태종 이세민은 황제의 인척으로 정치명문가의 후예였지만 조광윤은 말단 병사로 시작해 후주의 최고사령관을 거쳐 황제가 됐다. 무장 출신이지만 백성을 나라의 기틀로 여겼고,문관을 우대하며 지식인을 존중했다.

저자는 이 같은 조광윤의 덕목을 높이 평가하면서 그의 성장기와 무장 시절,17년간 송나라를 다스리다 죽기까지의 황제 시절을 복원한다. 그가 중국 6대 명권(名拳)의 하나인 '태조장권'의 창시자요,이소룡이 즐겨 휘둘렀던 쌍절곤의 발명자였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허장성세,유인책,낙타부대 등 기발한 책략으로 전쟁사에 길이 남은 남당정벌을 성공시킨 이야기는 영화처럼 흥미진진하다.

자신에게 적대적인 인물도 능력에 따라 중용한 점,민위방본(民爲邦本)의 경영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부역을 최소화하고 상업을 활성화해 경제를 일으킨 점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역사 전공자가 아니면서도 40권의 《송사(宋史)》 전질을 비롯해 수많은 자료를 비교,검토하며 당태종에 비해 별로 알려지지 않은 조광윤을 불러낸 저자의 노고가 작지 않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