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현장속으로] "외국인도 기피…한국 도금산업 代 끊어질 판"

35社 모인 남동공단 '일진단지'
경영ㆍ근로자 대부분 60~70대
"뿌리산업인데…" 대책 시급
인천 남동공단의 일진도금단지.35개 업체가 모여있는 이곳은 단일 도금단지로는 전국에서 가장 큰 단지 중 한곳이다. 인천중소기업청 맞은 편에 있다. 주로 청계천 남대문시장 영등포 등지에서 1990년대 초반 옮겨왔다. 이곳에 있는 대한금속의 신규식 대표(60)는 "2000여개에 이르는 전국의 도금업체 중 3분의 1인 700여개가 인천에 있고 이 중 남동공단에 가장 많은 업체들이 몰려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에 들어서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경성금속의 김용진 회장은 77세.우정금속의 장세기 대표는 67세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60대에서 70대다. 신규식 대표는 가장 젊은 편에 속한다. 이들은 평균 30년 가까이 도금업을 해왔다. 10대 후반부터 도금업체에서 일하다 서울 문래동에서 창업한 김용진 회장의 도금업체 경력은 무려 60년에 이른다. 경영자들만 나이가 많은 게 아니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현대금속에서 일하는 안병수 씨는 63세,우정금속의 최일근 씨 66세,대한금속의 김영동 씨는 68세다. 이 단지의 폐수처리와 환경보호 등을 담당하는 일진단지의 김춘옥 씨는 77세다.

그렇다면 젊은 사람은 없는가. 물론 있다.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파키스탄 등 외국인 근로자들은 30대 전후다. 아니면 도저히 일손이 부족해 창업자가 읍소하며 데려다 놓은 가족들뿐이다. 젊은 외국인과 나이든 경영자 및 근로자.이들이 한국 도금업계의 현실을 보여준다.

신규식 대표는 "이제 한국의 도금산업은 대가 끊어질 판"이라고 설명했다. 도금은 쇠나 알루미늄의 표면을 처리하는 산업이다. 이를 통해 부식을 막거나 표면경도와 강도를 높인다. 전류를 더 잘 통하게 하거나 광을 내서 아름답게 만드는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산업의 뿌리이자 기반산업이다. 이 단지에선 자동차부품 휴대폰부품 가전부품 생활용품 등의 도금이 이뤄진다. 자동차부품 중 쇠로된 부분을 도금하면 녹을 막을 수 있고 번쩍번쩍 광도 난다. 휴대폰 케이스 중 알루미늄 소재에 도금을 하면 손의 땀에 의한 부식을 방지하고 떨어뜨려도 잘 파손되지 않는다. 가전제품이나 반도체 액세서리 안경 시계 수도꼭지 등 금속제품은 대부분 도금 과정을 거친다. 만약 도금이 없다면 금속 관련 산업은 존립하기 힘들다. 금방 녹이 슬어 보기 흉하게 되고 수명도 짧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도금을 해올 수도 없다. 도금은 대부분 마지막 공정인데다 납기 때문에 촉박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기반산업이지만 근로자들의 대가 끊어지고 있는 것은 △열악한 작업환경 △채산성 악화 △젊은이들의 기피에서 비롯된다.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납품가격을 올려받을 수 없어 채산성이 떨어지고 대우를 제대로 해줄 수 없다보니 젊은이들은 거들떠보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들어서는 외국인도 도금업체들을 기피한다. 신규식 대표는 "작년 말에 외국인 근로자를 신청하러 가서 도금업체라고 했더니 수십명의 대기 인력들이 전부 고개를 저었다"며 "그래서 다시 가서 표면처리업이라고 했더니 한번 공장에 와보고 전부 달아났다"고 덧붙였다. "지금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미 이 분야에서 자리를 잡았거나 귀화를 신청한 사람들"이라고 귀띔했다. 인천도금협회 회장을 지낸 신규식 대표는 "도금산업의 대가 끊기기 전에 생산환경 개선과 인력양성,새로운 도금단지 조성 등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 마련과 실천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남동공단=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