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ㆍ옻칠 장인들과 협업한 '통섭의 장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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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작품전 여는 김승희 씨"보석 명장 김찬 씨가 수정 · 토파즈(황옥)를 깎아주고,옻칠 장인 윤상희 김동주 씨는 나무 삼베판을 만들어 주었어요. 그 결과물을 금속으로 조립하고 재구성해보니 작품의 맛이 한층 살아나더군요. "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오는 13~26일 금속공예 작품전을 펼치는 김승희 씨(64 · 사진).이른바 '강남 사모님'들 사이에서 나뭇잎과 그릇이 있는 정물 풍경의 브로치,목걸이 등 그의 작품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장신구나 주얼리 디자인에서 이름난 작가다. 김씨는 "금속은 여러 소재를 통합하는 데 꼭 필요한 재료"라며 "여기에 보석과 나무 등을 활용하며 '통섭형 미학'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베 나무판에 폴리에스터와 안료를 섞어 색을 칠하고 그 위에 적동 황동 등을 이용한 금속공예 작품과 보석을 붙여 현대적인 장신구를 만들어낸다.
'특별한 만남'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2008년 이후 작업한 브로치,목걸이 등 20여점을 내보인다. 그의 장신구들은 공공조형물의 오브제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건축물이나 공원에 설치된 조형물이 도시의 미관을 재편집하듯 그의 작업은 인간과 자연을 재해석하고 아우른다. 초창기 작품이 선과 색의 조화 등 부드러움을 특징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바람이 스치는 듯한 거친 힘에 초점을 맞췄다. "처음에는 도장의 원재료인 마노의 자투리를 가지고 작업하며 선과 색의 조화에 신경을 썼어요. 요즘엔 수정을 활용해 레몬,오렌지색 등 다양한 색깔로 동적인 우아미를 살려내는 데 주력하죠."
엄격한 비례나 절제된 구성보다는 각기 다른 요소의 물성과 재료 가공자들이 발산해내는 힘을 통합하는 데 역점을 둔다는 얘기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풍경을 응축해낸 작품들은 미니멀한 추상화처럼 품격있는 빛을 발한다. 자연의 흔적이 배어있는 작품들은 현대인들에게 사색과 명상의 즐거움을 선사하며 한 호흡 쉬어가도록 이끈다.
때묻지 않은 자연의 은은한 멋을 표방하며 현대적 미감을 살리거나 '스밈의 미학'을 추구하는 그는 "현대 금속공예 분야에도 협업 시스템을 도입하고 실험성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섭이란 '서로 다른 것을 아우른다'는 개념입니다. 미술에서는 장르 접목을 통해 기존 체계의 고립화를 극복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 서울대 미대와 미국 인디아나대를 졸업한 그는 "이제 금속공예라는 말을 폭넓게 생각해야 한다"며 "문제는 창의력이고 솔직함"이라고 덧붙였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