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평가원 출범…공기업 개혁될까

경영평가서 컨설팅까지 수행
부산의 전시컨벤션센터 ㈜벡스코는 업무추진비 인정 한도인 1억196만원보다 5.5배 많은 5억6297만원을 법인카드를 통해 지출했다가 작년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경기 부천시 산하 시설관리공단 전체 임직원 150여명 중 20명은 전 시장의 조카,전 시 · 도의원 자녀,공무원 자녀인 것으로 작년 부천시 감사에서 드러났다. 비슷한 시기,성남시 산하기관에서도 전 · 현직 공무원의 인척과 시의원 자녀 등 40여명이 특채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지방 공기업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부실 경영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인사 비리까지 끊이지 않는 지방공기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한 국정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7일 특수법인인 '지방공기업 평가원' 출범을 계기로 강도 높은 구조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지방공기업 평가원은 이전보다 위상이 강화됐다. 기존의 평가전담 민간조직(한국자치경영평가원)을 '지방공기업법'에 근거한 특수법인으로 전환한 것도 평가의 신뢰성을 높이고,지방공기업 개혁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다. 구본근 행안부 공기업과장은 "현안인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관련법에 근거한 특수법인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평가 업무 이외에 정책연구와 경영컨설팅까지 기능도 확대됐다. 평가원은 컨설팅을 통해 설립 단계부터 타당성을 따지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문어발식 지방공기업 확장에 제동을 걸 계획이다. '문제 기업'에 대한 점검도 강화한다. 인사 비리가 발생하거나 적자가 누적된 곳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경영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컨설팅에 나선다.

행안부는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에 대한 벌칙도 강화키로 했다. 직무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지방공기업 임직원을 금액에 상관없이 형사고발 조치하고,다른 비리가 발생한 곳에는 성과급 지급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권고'와 '가이드 라인 설정' 정도다. 부실 공기업의 통폐합과 같은 좀더 실질적인 통제수단이 필요하지만 지방공기업에 대한 현실적 통제권한은 각 지자체에 있다. 이 때문에 지방공기업 개혁의지가 용두사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더구나 시 · 도지사와 시장 · 군수가 선출직이 되면서 선거 과정에서 마구잡이 공약으로 인해 부실 공기업은 늘고 있지만 퇴출과 통폐합 같은 과감한 수술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학연과 지연으로 뒤얽힌 지역 사회에서는 인사부터가 난맥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