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ㆍEU 이어 美도 금리인상 기류…日만 동결 '엔 캐리 트레이드' 더 늘 듯

각국 통화정책 '디커플링'
인플레이션 공포가 금융위기 이후 유지돼온 선진국의 통화정책 공조도 무너뜨리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석유 ·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자 유럽과 미국이 초저금리 대열에서 이탈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일본은 대지진 여파로 저금리 대출을 늘리는 등 통화 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 때문에 엔화 자금을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7일 기준금리를 0~0.1%로 동결했다. 일본은행은 "대지진과 쓰나미,방사선 누출로 인해 일본 경제 전망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은행은 또 대지진과 원전 사태에 따른 피해 복구를 위해 은행들에 0.1% 고정금리로 1조엔(12조7000억원)의 특별대출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반면 유럽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미국도 일부 연방은행 총재들을 중심으로 연내 금리인상설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6월 말까지 실시하는 6000억달러 규모 채권 매입 프로그램인 2차 양적안화를 조기 종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진국들도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른 통화정책을 펴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미 한국을 비롯해 중국,인도 등 신흥국들은 인플레 억제를 위해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에 나섰고 올 들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이미 올 들어 두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작년 10월 이후 네 번째다. 인도도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를 여덟 차례에 걸쳐 2%포인트 올렸다.

일본을 제외한 선진국과 신흥국이 통화정책에서 출구전략으로 빠르게 다가서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빠르게 활성화될 조짐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대표적 투자 대상인 호주달러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게 한 사례다. 하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대부분 단기수익을 노리고 있어 해외 자산시장의 버블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