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IG건설件, 악의적 언론과 무책임한 은행

LIG그룹과 대주주가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다. 은행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그룹 제재까지 검토하는 모양이다. CP를 판매한 증권사와 투자자들은 재벌의 부도덕성을 성토한다. 금융감독원도 LIG손해보험 등에 대한 검사에 들어갔다. 일부 언론이 이 같은 비난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계열사 돈은 갚아주고 일반투자자에게만 덤터기를 씌웠다'는 식의 보도는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반기업 정서에 편승한 보도의 폭력이요 고의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 배경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이번 사태는 무엇보다 LIG건설이 건설경기 침체로 영업실적이 악화되면서 일어났다. 경영실패 책임이 경영진과 대주주에게 있음은 너무도 당연하다. 법정관리 신청 불과 열흘 전 CP를 발행했다는 면에서 부도덕한 기업으로 비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계열사 돈은 회수했다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문제의 42억원은 LIG증권이 아니라 이 증권사 창구를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팔려나갔다. 이 점은 금감원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주주 손실을 투자자에게 떠넘겼다는 부분도 그렇다. 대주주는 무려 5500억원어치의 주식을 은행 담보로 잡혀놓고 있다. 법정관리 결과에 따라 허공에 날아갈 수도 있다. 사실 은행들은 분노할 자격조차 없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대기업 계열사라고 믿지 말고 심사를 더욱 철저히 하자"고 결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주주로부터 현물 담보를 받았던 것은 은행이다. 채무상환 능력을 검증하지 않았던 것도 말할 나위가 없다. 외환위기 이후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부르짖어왔던 것은 금융권이다. 그러나 은행들이 대주주 담보를 잡는 관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소위 선단식 경영을 조장하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 영업을 해왔던 것이다.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CP는 무담보에 무보증이다. 은행예금의 3배에 가까운 연 8~9%의 고금리를 챙기려면 리스크는 증권사와 투자자 자신이 떠안아야 한다. 증권사들은 LIG란 이름만으로 투자자에게 고금리의 CP 매입을 무차별 권유했다. 일부 언론의 꼬리자르기란 표현은 악의적이다. LIG손보 지분(26.04%)은 대부분 담보로 들어가 있다. 대주주가 역시 가장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우리는 경영 실패를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경영의 실패와 회삿돈을 빼먹는 악덕기업가는 전혀 다르다. 악의적 보도와 적반하장인 은행이 더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