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이익전망은 내리막

증시 상승추세 '발목' 우려…車·화학업종은 상향 조정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올해 국내 상장 법인의 이익 규모가 지난 2월 초순에 정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추세가 상승하는 증시의 발목을 잡을지 주목된다.

8일 증권정보업체인 와이즈에프앤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분석 대상인 321개 기업의 올해 순이익 총액은 이달 초 기준 107조7320억원으로 전망됐다. 증권사들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작년 11월 말 105조원대에서 속속 상향돼 2월11일엔 109조5432억원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이후 한 달 반 넘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팀장은 "올 들어 유가와 원 · 달러 환율 등 거시경제 변수가 국내 수출 기업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된 데다 올 1분기 말 턴어라운드가 예상됐던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지연되면서 순이익 전망치도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은 2월까지만 해도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LED(발광다이오드) 등의 제품 가격이나 판매량이 3월부터 증가세로 전환되면서 IT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전망을 토대로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3조2000억~3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달 하순에도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IT 업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지 않자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2조8000억~2조9000억원으로 끌어내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7조원과 2조9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화학 정유 자동차업종 기업들의 순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어 전체 순이익 전망치의 하향 조정폭이 확대되는 것을 막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증권사들이 올해 예상 실적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국내 증시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및 향후 실적 전망 발표 후 증권사들의 이익 전망치가 종전보다 10% 정도 상향 조정되면 주가는 강한 상승 탄력을 받겠지만 반대로 하향 조정될 경우 증시 조정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