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큰 정부의 망상' 버려야
입력
수정
'가부장적 국가' 국민갈등만 조장…개인·기업 자유 클 때 경제 발전요즈음 급속히 커져가는 '가부장적 국가'의 모습에 숨이 차오른다. 지난 10년의 좌파 정부 이후 기대와는 달리 이명박 정부에서 오히려 국가권력이 확대되고 있다. '사교육과의 전쟁'을 한다며 도입된 학원신고포상금제도를 비롯해 등록금 상한제,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무상급식과 보편적 복지제도 추진,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출금리를 최고 연 30%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 개정 및 전 · 월세 상한제 추진 등 국가가 전지전능한 능력자로 변모해 가고 있다.
국가권력이 세질수록 그만큼 우리의 자유는 제약을 받고 명령을 받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 값이 묘하다"는 말 한마디에 정부가 정유사들을 압박하였고,그에 정유사들은 '성의표시'를 했다. 지난해 말 롯데마트가 '통큰치킨' 판매를 시작했을 때 청와대 정무수석이 "영세 치킨집들이 울상을 지을 만하다"고 하자 '통큰치킨'이 1주일 만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올해 들어 물가를 잡는다고 공정거래위원장이 유통업체 사장들을 불러 유통마진을 줄이고 가격을 내리라고 윽박질렀다. 거기에서 우리는 초라해져 가는 국민들의 모습을 본다. 국가권력의 증대는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증폭시킨다. 국가권력이 크면 이익집단이 자원배분의 강제력을 가진 정부 또는 정당과 밀착하려는 유인을 갖는다. 정부나 정치인들 역시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특정이익집단에 유리한 경제규제나 정책을 발효시켜 현재의 정치활동이나 다음 선거에 필요한 자원이나 표를 얻으려고 한다. 그러한 과정은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켜 특정 그룹에 이익을 주게 되므로 필연적으로 구성원들 간의 대립이 야기된다. 국민들 각자의 공동체 의식이 손상되고 국민들 간의 분열이 초래된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한 사과는 국익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용기 있는 결단이었지만,이 사건은 우리의 가부장적 국가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 준다. 이 대통령이 표를 얻기 위해 경제성 없는 신공항을 공약했고 백지화하자 지역 간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변호사회가 상장기업에 '준법지원인'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한 상법개정,약사회가 관철시킨 국민의 80%가 찬성하는 박카스 감기약 등의 슈퍼 판매 금지 등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과 복지지향적인 국가들로부터 국가의 권력이 강해지면 국민들의 생활이 비참해지고 노예화되며,역동성이 떨어짐을 보았다. 국민들이 당당한 모습으로 공동체 의식을 갖고 화합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는 국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가부장적 국가'가 아니라, 국민 각자가 개인의 자유를 갖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며 기회의 균등이 주어지고 국가의 권력이 제한되는 국가다. 국가의 권력이 커지는 이유는 우리들이 정부에 무엇인가를 자꾸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국가의 권력은 점점 커져 결국 우리를 위협하는 '괴물'로 다가온다. 이 사실을 인식하고 정부에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와 정치인들이 선의를 가장하여 국민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 준다고 할 때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자유가 보존되며 개인의 창의력에 의해 경제가 성장하고 자발적 협동에 의해 사회가 조화롭게 발전하게 된다.
더 나아가 국가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가권력을 제한하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우리 헌법에는 개인의 자유와 재산에 대해 정부가 자의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최근 개헌논의가 권력구조 개편 문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그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재산에 대해 국가권력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헌돼야 마땅하다.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 대학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