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이 소리가 아닙니다" 국민 진해거담제 '용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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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약열전 : 보령제약 '용각산 쿨'
44년 간 7100만갑 팔려…점유율 50% '메카톤급' 히트
보령제약의 '용각산 쿨'은 올해로 출시 44년을 맞지만 여전히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일반의약품이다.
기침,가래,인후의 염증에 의한 통증,부기,불쾌감,목쉼 등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면서 그야말로 '대한민국 대표 진해거담제'로 불려왔다. 순수 생약성분(길경가루 · 세네가 · 행인 · 감초 등)을 미세한 나노 분말로 만들어 기관 내부에서 점액 분비를 높이고 가래를 제거하거나 기침을 진정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용각산의 미세한 나노 분말 제형을 만드는 기술은 용각산 원조인 일본 류카쿠산사(社) 외에 보령제약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 정도로 국내에선 독보적인 기술이라는 얘기다. 용각산은 소비자의 제품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해 · 흡연 등으로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휴대용 상비약이면서 특히 목이 쉽게 피로해지는 가수,교사,자동차 운전자에게 오랜 세월 함께 해온 친구와 같이 여겨져왔다. 1967년 6월26일 첫 발매된 이후 지금까지 7100만갑 넘게 판매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진해거담제 전체 시장 점유율이 지금도 50%를 넘는다.
40여년간 판매된 용각산 제품의 케이스(직경 5.5㎝, 25g 기준)를 이어서 늘어놓으면 총길이 3905㎞로 한반도 남북단(1000㎞)을 두 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내용물의 무게만도 1775t에 달한다. 용각산이 첫 출시됐을 때 판매 규모는 5만갑이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일본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진다''일본약으로 돈을 벌려 한다'는 등 온갖 구설수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품의 성능을 확신했던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은 첫 출하물량 5만갑을 모두 수거해 새로운 용기와 포장으로 무장한 뒤 영업사원들과 함께 직접 거리를 누볐다. 이때부터 신문과 라디오를 통해 약효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소비자들의 입소문은 '용각산 전성시대'를 일궈나가는 터전이 됐다.
당시 용각산에 투입된 광고비도 단일 품목으로는 국내 최고 수준이었다. 출시 이듬해인 1968년 전체 매출(9442만원)의 32%(3056만원)를 광고에 재투자했으며 이후 수년간 매년 30% 안팎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당시 광고시장을 주도하던 제약사들의 광고비용이 대략 매출의 10~15%였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광고마케팅을 전개했던 셈이다. 신생기업이 기존 회사들의 두 배 이상 광고비를 쏟아부으니 시장에선 무모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나노 분말 제형의 특징을 살린 "이 소리가 아닙니다~"로 시작하는 명카피는 오늘날 용각산을 보령제약의 대표제품으로 만들었다. 김 회장이 직접 만들어낸 이 카피는 지금도 40대 이상의 기성세대에 추억을 더듬게 하는 유명한 광고카피 중 하나다.
1973년부터 TV전파를 타기 시작해 20여년 동안 계속된 카피 광고를 통해 용각산은 일약 국민적 사랑을 받는 의약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제약업계뿐 아니라 광고사에도 한 획을 그은 것이다. 용각산 발매 이전인 1965년 257만원,1966년 584만원이었던 회사 총매출은 용각산을 출시한 1967년부터 전년 대비 388% 늘어난 1980만원을 기록하는 급성장을 이뤄냈다. 이어 1968년에는 전년 대비 767% 증가한 9442만원의 매출을 올려 업계를 놀라게 했다.
보령제약은 2002년 신세대 젊은이들을 겨냥해 '용각산'의 제형과 포장을 새롭게 하고 약효를 강화해 '용각산 쿨'을 새롭게 선보였다. '용각산 쿨'은 휴대가 간편한 1회용 스틱 포장으로, 과립형이라 타액에 의해 쉽게 용해되며 물 없이 복용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산뜻한 복숭아향과 블루베리향,상쾌한 민트향과 커피민트향이 첨가되어 맛과 향이 뛰어나며 슈퍼 멘톨과 아선약 성분을 함유해 복용 직후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을 준다. 입냄새 제거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목을 많이 쓰는 사람들 외에도 연인을 만나기 전 입냄새를 제거하거나 노래방에서 목소리를 멋있게 하려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