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동, 옛 사랑 어루만지는 '화단의 로맨티스트'

전시회 때마다 매진되는 이수동 씨
13일부터 송아당갤러리서 개인전

자작나무 숲길을 걷는 남녀,흰눈이 쌓인 숲속의 여인,달빛 아래 속삭이는 연인,구름과 꽃이 있는 풍경….서울 안국동 송아당갤러리에서 13~30일 개인전을 갖는 '낭만주의' 화가 이수동 씨(51)의 작품에는 말랑말랑한 매력이 담겨 있다. 그래서 상큼하고 발랄한 '감성 그림'으로 불린다.

이씨는 "우리의 삶에 슬픔과 상처가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희망을 간결한 구도로 담아냈다"며 "가수로 치면 신승훈 같은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영남대 미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6년 '화단의 스타'로 떠오른 그는 전시회 때마다 컬렉터들이 몰려 작품이 매진되는 몇 안 되는 '행복한 작가'다. 최근 5년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도 개막 2시간 만에 출품작이 모두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작은 삽화나 만화 같은 '이수동 표' 그림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요인은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과 추억을 감성적으로 터치하는 것이다. 그는 저마다 가슴 한 켠에 묻어둔 꿈과 상상의 밑뿌리를 어루만진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이야 말로 풍부한 감성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거름이라는 것.작품의 주제가 '사람 냄새나는 스토리'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화업 30여년 동안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과 미처 채우지 못한 것을 표면 위로 불러 올리는 '환영의 기술자'를 자처했다. 일상의 우물에서 이웃들의 추억을 길어 올리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현대인들의 향수를 자극한 것도 한 요소다. 지금은 휴대전화나 이메일로 사랑을 고백하지만 예전에는 편지지에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을 담아 보냈다. 이처럼 10대나 20대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시각예술로 전해주고 중 · 장년층에게는 젊은날의 설렘과 떨림을 되새기게 한 것이 주효했다. "제 작업은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감성을 접목하고 이를 하나의 이미지로 승화시키는 것이지요. 제 작품에는 노랫말처럼 내레이션이 담겨 있습니다. '그린다'는 행위를 소통의 연장선으로 넓혀가거든요. "

그의 그림은 인생살이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녹슬고 얼룩진 이야기보다는 은빛으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다.

"사랑과 추억은 우리를 담는 또 하나의 그릇이죠.현실에 부대끼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묘약'을 건네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싶어요. "그는 "사랑은 삭막한 현실에 풀이나 강력접착제로 정성껏 붙이고 싶은 꿈속의 벽지 같은 모양"이라며 "그 벽지가 바로 저의 그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02)725-671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