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홍삼, 방사능 피폭 세포방어 효과도

건강 기능식품
풍부한 사포닌 정력증진…피로회복·기억력 개선에

특별히 아픈 곳은 없지만 잦은 피로감 때문에 업무 의욕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비타민과 홍삼을 즐겨찾고 있다. 수개월간 먹어본 사람들은 활기가 느껴지고 부쩍 혈색이 좋아지면서 젊어보인다는 말을 듣는다고 자랑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09년도 건강기능식품 생산 실적을 분석한 결과 건강기능식품 총생산액은 9598억원으로 2008년(8031억원)에 비해 20% 증가했다. 이 중 홍삼제품은 4995억원으로 전체 생산액 중 52%를 차지했으며 전년(4184억원) 대비 19% 상승했다. 한국식품정보원에 따르면 비공식 집계까지 포함한 국내 홍삼시장 규모는 2007년 7767억원，2008년 9044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왔고 2009년에는 1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홍삼은 수삼을 증기 등에 쪄서 익혀 말린 것으로 햇볕 · 열풍 등을 이용해 익히지 않고 말린 백삼과 구분된다. 이 과정에서 수분 함량이 14% 이하로 줄어드는데 찌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효소적 반응 때문에 갈색으로 변하고 유효성분이 증가하게 된다. 식약청이 승인한 홍삼의 효능은 피로 회복，면역력 증진，혈소판 응집 억제 등이다.

◆정력 증진 효과

최영득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이 발기부전 환자 7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홍삼의 효능을 8주간 실험한 결과 홍삼 농축액 200㎎짜리 캡슐을 하루 4알씩 복용한 그룹은 국제발기능력지수(IIEF · 30점 만점)가 17.2점에서 23.2점으로 상승한 반면 홍삼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가짜약을 먹은 그룹은 17.7점에서 19.6점으로 조금 올랐다.

또 성교 시 만족도는 홍삼캡슐 복용그룹이 6.5점에서 9.7점으로 크게 향상된 반면 위약 복용 그룹은 7.2점에서 8.6점으로 올랐다. 최 교수는 "홍삼의 발기력 향상 효과는 저용량 발기부전치료제(IIEF 20~25점)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홍삼의 독특한 사포닌 성분이 발기부전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동물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포닌의 'Rg3'분획은 고환에 작용해 남성호르몬 분비량을 늘리고 음경 혈관으로 가는 혈액량을 늘려 발기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기억력 개선 효과

김만호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홍삼은 기억력과 수리계산력을 향상시키고 장기 섭취하면 그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났다. 뇌세포를 배양한 다음 홍삼 시료를 투여하고 일정시간이 지난 시점에 치매를 일으키는 물질로 지목되는 베타-아밀로이드를 첨가한 결과 홍삼이 뇌세포 사멸을 보호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입증됐다.

◆방사선 손상 세포 방어효과

국내는 물론 일본 미국 인도 등에서 치사량의 방사능에 노출된 동물에게 인삼(홍삼)을 투여한 결과 생존율이 올라가고 방사능으로 인한 조혈 및 면역기능 저하가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내 항산화물질 분비량을 늘림으로써 방사선 피폭으로 2차 발생하는 유해활성산소의 피해를 줄이고,혈청단백 함량을 높여 간 기능 및 인지능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와 일본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인삼의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세포의 방사선 감수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 방사선 보호작용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일본 오사카 방사능센터의 요네자와 박사팀은 인삼추출물이 방사선에 의한 출혈을 감소시키고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의 수를 증가시키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홍삼이 방사능으로 인한 신경분화세포 사멸을 억제해 기억력 장애를 개선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노화 억제 효과

홍삼의 주요 성분인 사포닌의 활성산소 제거 능력은 이미 입증돼 있다. 체내 대사의 부산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활성산소는 우리 몸 이곳저곳을 다니며 상처를 내고 염증을 유발하며 세포를 죽이게 된다. 세포를 비정상적으로 변형시켜 암세포를 만들기도 한다. 세포막을 손상시키고 지질의 산화를 촉진해 노화를 야기한다. 홍삼을 장기간 섭취하면 체내에 퍼져 있는 과산화물이 제거되며 홍삼의 페놀계 성분이 강한 항산화작용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갱년기 장애 완화 효과

홍삼은 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폐경 여성의 초조감，어지럼증，난소 기능 장애，소화 장애,성기능 및 우울증 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홍삼 제대로 즐기는 요령

1 노약자나 어린이 등 위장이 약한 사람은 홍삼을 따뜻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2 연근의 표시가 명확하고 담적갈색이나 다갈색을 띠며 머리·몸통·다리가 균형을 이룬 고려인삼으로 만든 홍삼을 고른다. 중국산은 황토색이나 황갈，적갈색을 띠고 연근 표시가 없고 흙·풀뿌리 냄새가 강하다.

3 공복에 먹어야 흡수율이 높다. 위장이 약한 사람은 식후 30분에 복용하는 게 좋다.

4 개봉한 후 시간이 지난 홍삼은 물을 살짝 묻혀 전자레인지나 찜통을 이용해 다시 한번 쪄준다.

5 홍삼은 인삼과 달리 뇌두를 먹어도 좋다. 홍삼의 뇌두는 보익제로 이용되며 설사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