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실명원인 38%는 녹내장…당뇨ㆍ고혈압 앓으면 조기검사 필요

명의 칼럼
MBC 주말연속극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안과검진을 통해 녹내장 말기로 진단받은 억척 어머니는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딸에게 숨긴다. 28년간 소중하게 기른 딸을 평창동 친부모에게 보내며 행여 자신이 녹내장 말기인 것을 알면 딸이 새 인생을 찾아 집을 떠나는 것을 그만두게 될까봐서다. 억척 어머니는 떠나는 딸에게 "우리 앞으로 안 보구 살자"며 애끓는 말을 내놓아 시청자의 울음보를 자극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약 4500만명이 녹내장으로 인해 시력을 잃는다. 이는 전체 실명인구의 약 12%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국내도 이와 다르지 않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2009년 국내 실명인구는 약 70만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38%가량은 녹내장이 원인이었고 당뇨병성 망막증(31.5%),황반변성(12.9%)이 뒤를 잇고 있다. 문제는 실명의 큰 원인을 차지하는 녹내장의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는 것.드라마에서 환자는 가끔 시야가 잘 보이지 않거나 휘청거리는 등 증상이 있음에도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으나 실제는 이 같은 전조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눈이 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눈 속의 압력인 '안압'이 필요하다. 안압은 눈 속을 채우는 물(방수)에 의해 결정된다. 정상인은 이 방수의 양이 일정해 항상 적정 안압을 유지하지만 녹내장인 경우엔 배출구가 막혀 방수가 배출되지 못하면서 안압이 높아져 시신경을 손상시킨다.

녹내장은 중심시력보다 주변시력을 담당하는 시신경이 먼저 손상된다. 주변시력부터 어두워져 점차 시야가 좁아지면서 말기에는 마치 터널 속에서 밖을 보듯 중심부만 보이게 된다. 정상 안압은 10~21㎜로 이를 넘으면 녹내장으로 진단한다. 그러나 최근 많은 조사 결과 정상안압 수치를 보이는데도 차후 녹내장이 될 수 있는 '정상안압 녹내장'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국내 유병률 조사에 의하면 전체 녹내장 환자의 77% 정도가 이러한 정상안압에 속하는 환자로 나타났다.

따라서 녹내장의 진단은 안압측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신경 · 전방각경 · 시야 검사 등을 통해 의심되면 확진을 위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안압이 높더라도 시신경과 시야 검사가 정상이면 약물치료 없이 주기적으로 검사만 시행하기도 한다.

녹내장은 40세 이상 성인에게 많이 나타나므로 40세가 넘으면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녹내장이 증가하고 80대에 이르면 열 명에 한 명꼴로 발생할 정도로 흔해진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평소 근시가 심하거나,고혈압 ·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면 녹내장 발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좀 더 이른 시기부터 규칙적으로 검사를 받도록 한다.

최재완 인천 한길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