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無에서 有 창조한 힘…'태준이즘'을 배우자

●학문적 사상으로 주목 받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리더십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논문 발표
'절망·불가능·私益은 없다', 주인 없는 공기업 놀라운 성취 이뤄내
젊은이 도전정신 키울 21세기 생명력 지닌 사상
"나는 해냅니다. 기어코 해냅니다. 그것이 내가 이 땅에 태어난 의미입니다. "

다들 황당해했다. 한국이 제철산업을 한다고?'턱도 없다'는 전망이 주류를 이뤘다. 일본도,미국도,세계은행(IBRD)도,심지어 정부 당국자들과 학자들마저도 '절대불가능론'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확신에 차 있었다. 제철소 건설 자금이 필요했던 그는 후쿠다 다케오 당시 일본 총리를 만나 농어업 분야에만 사용하기로 돼 있던 대일청구권 자금을 쓸 수 있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후쿠다 총리는 그날의 만남에 대해 "그의 단호한 태도에 놀랐고 그 사람이라면 가능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결국 제철소는 성공적으로 건설됐고 세계적인 철강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남다른 추진력으로 포스코를 키워낸 박 회장의 리더십이 학문적 사상 유형이나 지식체계를 말하는 '이즘(ism)'이 될 수 있을까.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최근 열린 '제1회 청암연구포럼'에서 '특수성으로서의 태준이즘(Taejoonism)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박 회장의 리더십이 '대처리즘''레이거니즘'과 같은 하나의 사상 체계로 성립될 수 있다는 게 논문의 핵심.이 논문은 오는 6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한국정치연구'에 실릴 예정이다.

송 교수가 '태준이즘'의 성립 가능성을 주창하는 것은 삼성 · 현대와 달리 포스코는 설립 당시 공기업이라는 특수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송 교수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를 키워낸 고(故) 이병철 · 정주영 회장도 놀라운 성취를 이뤘지만 이는 사적이익 추구가 본질인 사기업을 통해 이뤄낸 성과로서 보편성을 띠기 때문에 '병철이즘''주영이즘'은 성립될 수 없다. 그러나 포스코는 '주인 없는 기업은 망한다'는 자본주의의 정설을 깨고 주인 있는 기업 이상으로 놀라운 성취를 이뤄낸 세계 공기업 사상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에 '태준이즘'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준이즘은 절대적 절망 · 불가능 · 사익은 없다 등 세 가지 핵심요소로 구성된다. 아무 경험이 없는 한국이 제철소를 세운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박 회장은 불가능을 절대적으로 부정함으로써 절망에 빠지지 않았다. 대일청구권 자금의 전용 외에도 포항제철소 제1고로 자리에 있던 예수성심시녀회를 대구로 이사하도록 설득한 일화는 유명하다. 시녀회에는 당시 700명이 넘는 고아들이 살았지만 박 회장은 "최대의 복지는 절대빈곤을 벗어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제철소를 지어야 한다"며 성직자들을 설득해 땅을 확보했다.

개인적 욕심 없이 공익만을 추구했던 점도 태준이즘의 주 요소다. 박 회장은 1977년 이미 80% 이상 지어졌던 발전송풍설비가 부실하다는 판단에 따라 폭파했다. 송 교수는 "자리 보전이 최우선이었던 여타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달리 사심이 없었던 박 회장이기에 내릴 수 있었던 결단"이었다고 평가했다.

태준이즘은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송 교수는 과거와는 상황이 달라졌어도 태준이즘이 가지는 핵심내용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태준이즘을 인프라로 활용해 젊은이들이 계속 도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가능과 절망을 얘기하며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송 교수는 "태준이즘은 과거의 사상이 아니라 21세기에도 여전히 생명력을 지닌 사상"이라고 강조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