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org 경영노트] 지갑 여는 50~60대 '뉴 시니어'…젊음ㆍ자아ㆍ鄕愁를 팔아라

지난해 롯데백화점 영캐주얼 부문의 매출을 주도한 것은 20~30대가 아닌 50대였다.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16% 증가한 가운데 50대 고객 대상의 매출은 22%나 늘었다. 올 들어서는 에릭 클랩튼(2월) 산타나(3월) 이글스(3월) 등 중 · 장년층의 추억을 자극하는 가수들이 내한 공연을 열어 성황을 이뤘다.

50대가 내수시장과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과거 중년층에 비해 비교적 많은 자산을 갖고 있고 소비성향이 높다는 점에서 '뉴 시니어(new senior) 세대'로 지칭할 수 있다. 뉴 시니어는 팝송 등 해외 대중문화가 본격 유입되고 국내 영화와 음악이 급격히 발전한 1960~1970년대에 청년기를 보내 문화적 감수성이 발달했다. 청 · 장년기에는 고도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활약해 성취감과 자긍심이 높고,학습 의욕도 높다. 자녀를 출가시키고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이 세대의 특징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50대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7%였지만 가구주 연령이 50대인 가구가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5%나 됐다. 2030년에는 50대 인구 비중이 16.0%로 높아져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뉴 시니어의 소비 활동은 △젊음 △향수(鄕愁) △자아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뉴 시니어는 단순히 건강한 삶을 넘어 신체적 · 정신적 젊음을 추구한다. 노화를 막는 안티에이징(anti-aging) 화장품 매출이 매년 30% 이상 늘고 있고,20~30대를 겨냥한 영캐주얼 브랜드도 50대 고객이 증가세다. 여성패션 브랜드 '르베이지'는 30대 감성의 디자인으로 뉴 시니어 시장을 공략해 지난해 전년 대비 150%나 증가한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문화산업에서는 뉴 시니어의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가 새로운 시장으로 떠올랐다. 중년 남성의 일대기를 죽은 아내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풀어낸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가 중 · 장년층의 호응에 힘입어 관객 10만명을 돌파했고,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 1970년대 통기타 시대를 대변하는 '세시봉'이 중년층의 문화 아이콘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뉴 시니어는 자기계발과 교류를 통한 자아실현에도 높은 관심을 보인다.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 강좌 수강생 중 50대 이상의 비중은 2006년 20.1%에서 지난해 30.5%로 높아졌다.

교보문고 등 대형 서점의 북클럽 회원 중 50~60대의 평균 구매량은 20~30대의 2배에 달한다. 인터넷 상에서는 'eons(www.eons.com)','시니어 유어스테이지(www.yourstage.com)' 등 50대 전용 동호회 사이트가 교류의 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뉴 시니어는 거대한 소비시장일 뿐만 아니라 고령인구에 대한 통념을 바꾸는 시대 변화의 선두이기도 하다. 뉴 시니어는 젊은 세대 못지않게 다양한 취향을 갖고 있어 기업은 이들의 가치관과 욕구를 면밀히 연구해 마케팅과 상품 개발에 활용해야 한다. 뉴 시니어의 경험과 지혜를 기업 경영에 활용할 수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는 기업 임원 출신을 중소기업에 파견해 경영자문역을 수행하도록 하는 경영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안신현 삼성경제硏 선임 연구원 shinhyun.ahn@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