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Issue Focus] "값싼 자원 시대는 갔다…'태양계 에너지'로 새 성장엔진 돌려야"

시바타 아키오 日 마루베니경제연구소장
철광석ㆍ희토류 등 광물자원이 국가 세력판도 변화 시켜
투기자금 자원시장 쏠려 원유가격 올 150弗 갈수도

지구촌 곳곳에서 자원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30여년간 자원문제에만 매달려온 시바타 아키오(柴田明夫) 일본 마루베니경제연구소 소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원유는 2030년께 매장량의 절반을 넘게 써버려 피크오일(peak oil · 생산의 정점)에 이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하계 자원'과 '태양계 자원'의 개념을 제시하면서 각국이 자원에 대한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자원 쟁탈전은 석유와 석탄 등 '지하계 자원'에 의존한 20세기형 성장 모델에 한계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태양광과 태양열발전,연료전지,하이브리드카 등 '태양계 에너지'에 의존하는 21세기형 성장 모델로의 이행이 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에서 출간된 '자원전쟁'(Resource Wars,이레미디어)의 저자이기도 한 시바타 소장은 1976년 도쿄대 농학부를 졸업한 뒤 마루베니경제연구소에 입사했다. 2001년 수석연구원을 거쳐 2006년 현직에 올랐다. 일본 농림수산부 산하 식료농촌정책심의회와 국제식량문제연구회,자원경제위원회 등의 위원을 지냈다.

▼'자원전쟁'에서 가장 강조한 내용은 무엇인가요.

"최근 수년 동안 진행된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의 원인을 투기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구의 한정된 자원을 둘러싸고 크게 자원 보유국과 소비국 간에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구의 자원은 결국 2030년 전후로 고갈 상태의 임계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책을 썼습니다. "▼중국과 인도 등 인구 대국의 빠른 경제성장이 자원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에 동의합니까.

"2000년대 들어 자원전쟁에서 가장 급부상한 나라는 '세계의 공장' 중국입니다. 3조달러에 육박하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무기로 지구촌 자원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 자원관련 기업 인수 · 합병(M&A)은 전년의 3배가 넘는 46건,523억6800만여달러(60조원)에 달했습니다. 인도도 공업화가 빨라지면서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수요 부족으로 인한 자원가격 상승은 계속될 것입니다. "

▼중국이 일본에 대해 희토류 수출을 규제했는데 어떻게 보나요. "우선 에너지와 자원을 아껴 써야 합니다. 지난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분쟁으로 촉발된 일 · 중 간 다툼은 중국의 대일본 희토류 수출금지로 이어졌습니다. 각종 첨단 제품에 쓰이는 희토류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해 쓰는 일본은 결국 큰 소리를 내지 못했죠.세계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희귀금속의 자원무기화를 새삼 확인했습니다. "

▼한국도 자원수입국입니다.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세계 10대 자원 소비국 중 하나로 자원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자원 강국들의 독점이 심화될 경우 전방위적인 위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 간 희토류 분쟁 이후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희토류 확보 점검반'을 만들었습니다. 또 한국의 동양강철이 베트남 석탄광물공사와 합작으로 현지에 4000억원 규모의 알루미늄 제련공장을 설립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렇듯 정부가 자원 확보를 위한 큰 틀을 만들면 기업은 컨소시엄을 맺거나 해당 국가와 공동투자를 하는 등 적극 나서야 합니다. "▼아프리카 자원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아프리카의 풍부한 천연광물 자원을 얻기 위해 400여개 글로벌 기업이 뛰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자원 전쟁은 2~3년 전 대형 선발 기업들을 중심으로 벌어졌지만,지금은 중소 후발 기업들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광산과 광구 등 자원 개발 권리를 사들인 대가로 해당국 정부에 도로와 항구 등 인프라를 공짜로 지어주고 있습니다. 삼성과 포스코 등 대기업 위주의 공략이 아닌 일반 중소기업들의 진출이 필요한 때입니다. "

▼탈(脫)탄소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신 산업자원의 개발을 주장했는데,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 문제아닙니까.

"세계 각국은 태양계 에너지 가운데 바이오에너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옥수수와 사탕수수를 발효시켜 생산하는 바이오에탄올,콩기름 팜유 같은 식물성 기름에서 만드는 바이오디젤,폐기물에서 생산하는 바이오가스 등을 뜻하죠.예컨대 미국은 에탄올 등 신기술을 이용한 대체에너지 개발을 촉진함으로써 2025년까지 중동에서의 원유 수입을 75%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과 2차전지 개발 실용화 등 탈탄소사회 구축을 서둘러야 합니다. "

▼올해 자원시장에 미칠 큰 변수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중동 정정불안이 장기화하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태로 인한 방사선 누출 사태가 터지면서 각국은 원전 건설계획을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석탄과 석유 등 가격 상승이 우려됩니다. 이상 기온으로 인한 물 부족 사태도 심각해질 전망입니다. "

▼자원 고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자원을 잡는 국가가 21세기를 지배한다'는 말처럼 에너지 철광석 비철금속 희토류 등의 광물자원은 향후 국가 간 세력판도를 변화시킬 것입니다. 각국은 그동안 익숙했던 저가 자원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인식하고 고가 자원의 시대에 순응해야 합니다. 태양광과 연료전지,하이브리드카 등 고가 자원 시대의 도래는 새로운 산업 시대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

▼각국이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자원시장 거품 우려도 커지는데요. "앞으로는 실물경제를 다시 보려는 움직임이 강해져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원 수요가 확대될 것입니다. 따라서 자원 가격이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입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세계 금융공황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금융당국은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유동성이 과도해진다면 투기자금이 자원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