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 법정관리 신청] 8000억대 PF대출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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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헌인마을이 결정타삼부토건이 12일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배경에는 서울 강남 헌인마을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공공사 발주 감소 등으로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나빠진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건설업계 "올 것이 왔다"…부도공포 갈수록 확산
헌인마을 프로젝트는 판잣집과 영세 가구공장이 몰려 있는 내곡동 일대에 분양가 50억원대의 고급 단독주택 타운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전체 13만2397㎡에 261가구의 단독 · 연립주택을 지을 계획으로 2006년부터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공동 사업자인 동양건설산업과 함께 2006년 4월 우리강남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세워 은행권에서 총 4270억원의 PF 대출을 받았다. PFV가 빚을 못 갚으면 두 회사가 해당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이었다.
헌인마을 프로젝트는 지난해 10월에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빌라를 줄이고 단독주택을 늘리는 개발계획안이 통과되는 등 인 · 허가가 크게 지연됐다. 5년간 사업을 벌여온 우리강남PFV는 지난해 말 누적결손금 234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PF 대출 연장과 법정관리 신청을 놓고 고심하다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산매각 등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부토건의 PF 대출 금액은 헌인마을 사업을 포함해 8000억~9000억원으로 알려졌다.헌인마을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 중인 동양건설의 행보도 관심이다. 아파트 브랜드 '파라곤'을 사용하는 동양건설의 지난해 시공능력 순위는 35위였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13일 만기 도래하는 2000여억원을 당장 갚을 방법이 있겠느냐"며 "회사 측과 연락이 안되고 있는데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계는 PF에 발목을 잡힌 업체들이 추가 좌초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PF 대출을 통해 대규모 개발프로젝트를 추진해온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극심한 자금난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황식/박영신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