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전 사태 '체르노빌 수준' 상향] 日기업, 공장 해외이전 가속화
입력
수정
원전수습 장기화 국면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일본 기업들이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부품과 원자재 부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생산공장을 해외로 옮기거나 부품을 다른 나라에서 아웃소싱하려는 일본 기업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부품 해외조달도 증가
韓·中기업 '반사이익'
일본 반도체 제조업체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일본에서 전량 제작하던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 칩을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스가 보유한 싱가포르 공장에서 위탁생산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생산량의 75%를 이미 해외에서 만들고 있는 닛산자동차도 해외 생산 비중을 더 높이기로 했다. 닛산자동차는 지난해 소형차 '미크라'의 생산기지를 도쿄 외곽의 가나가와에서 태국 등 해외로 이전한 데 이어 2013년부터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로그'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 등에 들어가는 광학 부품을 생산하는 호리오세이사쿠쇼의 호리오 마사히코 사장은 "당장 이전할 계획은 없지만 전력 및 부품 부족 상황이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해외 이전이나 아웃소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암반분쇄기 조립업체인 나카야마철강도 일본 내에서 부품을 공급받는 데 어려움이 생기자 중국과 말레이시아 대만 등의 부품 공급업체로 눈을 돌리고 있다. WSJ는 "지진 발생 지역과 인접한 곳에서 시작된 이탈 움직임이 점차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외국 기업들도 일본산 부품을 제때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신제품 출시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이던 애플의 '아이폰5'는 올 하반기나 돼야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된다. 일본산 부품의 공급 부족 탓이다. 한국 부품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여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데다 원전 사태가 장기화할 공산이 커 일본 업체들이 결국 지리적으로 가깝고 기술 경쟁력이 있는 한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