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본전도 못 뽑는데…호반, 영업익 180% '쑥'

판교 등 공공택지서만 분양
PFㆍ해외수주 눈 안돌려…IS동서ㆍ모아도 '한우물' 성장
호반건설은 지난해 경기도 판교신도시와 광교신도시 등에서 아파트 9000여 가구를 공급해 평균 95%를 분양했다. 작년 매출은 2009년의 3010억원보다 82.7% 늘어난 55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종만 호반건설 사장은 "금융비용이 많이 드는 민간사업보다 택지지구 사업만 집중했다"며 "5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해 시장흐름에 따라 민첩하게 대응한 것도 실적호조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룹계열 건설사들의 잇단 좌초 속에서 호반건설 우남건설 모아주택 IS동서 대원 등 중견 건설업체들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건설업계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보수적인 경영과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탄탄한 성장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드러지는 실적

호반건설과 10개 계열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6469억원 1971억이다. 직전 연도보다 110.8% 180.7% 각각 증가한 수준이다. 누적 분양률 90%를 넘어야 신규 분양을 한다는 '분양률 90% 룰'을 고수하고 조직을 슬림하게 운영한 결과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 회사는 올해 수도권 관심지역인 광교신도시에 1330가구,화성 동탄신도시에 1000가구 등 4000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이다.

IS동서도 지난해 매출이 3677억원으로 2009년에 비해 22.7% 늘었다. 대원 모아주택 등도 미분양 물량이 거의 없는 가운데 올들어 사업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한양은 지난해 매출이 1조1400억원으로 2009년에 비해 20.9% 늘었다. 올해 수주 목표는 지난해 5900억원의 두 배 가까운 1조원으로 잡았다. ◆택지지구 공략하고 체질도 개선

이들 건설사는 안정성이 높은 택지지구에서만 분양사업을 벌인게 공통점이다. 공공택지는 인허가가 복잡하고 민원이 끊이지 않는 민간 개발사업보다 속도가 빠르다. 분양대행사인 도우산업개발의 손상준 사장은 "노른자위 택지지구를 공략한 건설사들은 외풍을 거의 받지 않는다"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을 통한 자체사업을 추진한 건설사들이 금융비용과 미분양의 덫에 걸려 고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처한 것도 직격탄을 피하게 만든 요인이다. 우남건설은 인력 구조조정에 이어 분양성이 떨어지는 사업지를 팔아 몸집을 슬림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체 자금으로 미분양 부담을 안고 벌일 수 있는 사업장만 남기고 모두 팔았다"며 "최악의 상태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체질을 개선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관 사업도 든든한 지원군IS동서와 대원은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제조업도 함께 벌이고 있다.

IS동서는 아파트 브랜드 '에일린의 뜰'을 사용하는 일신건설산업과 타일 콘크리트파일 등 건설자재 업체를 생산하는 동서산업이 합병한 회사다. 건설자재 부분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얻고 있다. 정경재 IS동서 개발담당 상무는 "연고지인 부산 · 경남지역에서는 아파트 사업을 주로 하고 있지만 수도권에서는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공장)과 테라스하우스 등으로 차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파트 브랜드 '칸타빌'을 쓰는 대원은 주요 사업부문의 하나가 학생복이다. 학생복 브랜드 '아이비클럽' 덕에 회사의 전반적인 유동성도 원활하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들 건설사는 해외 사업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전문성도 약하고 후발주자여서 진입 장벽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2000년대 후반 건설업계에 불어온 '해외주택 개발 사업'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