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중경 1명 불러 호통치는 국회의 한없는 가벼움


국회가 어제 최중경 지경부 장관만 출석시킨 가운데 본회의를 열었다. 미처 일을 끝내지 못해 열린 게 아니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밝힌대로 지난 8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당시 해외출장 때문에 출석하지 못한 최 장관을 혼내기 위한 국회였다. 이미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툭하면 정쟁으로 문을 닫았고, 국회가 열려도 본회의 상임위가 의결 정족수를 겨우 채울 정도로 공사가 다망했던 국회의원들이 일개 장관을 손봐주자는데 이렇게도 부지런을 떠는지 우선 의아스럽다.

물론 국무위원인 최 장관이 사전에 국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대정부 질문에 불참한 것을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무위원은 국회가 요구하면 본회의에 출석해 답변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한국의 지경부 장관이 주도하도록 되어 있는 국제회의에 무조건 차관이 대신 가라며 정당한 출장 요청을 거부한 국회도 이해할 수 없다. "국회가 어디라고 감히…"라는 심사였을 테지만 마치 왕조시대의 엄포와 위선을 보는 것 같아 정말 민망한 일이었다. 일개 장관이 국회의원 나리, 그것도 박지원 원내 대표에게 감히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한 건방진 태도를 손보겠다며 본회의까지 열게 된 것은 실로 동네 건달들의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정작 부끄러운 것은 최 장관을 불러다 놓고 엄포를 놓는 국회의원들이다. 국회의원의 무게가 그렇게도 떨어지고 말았다. 국제회의에는 장관 아닌 차관이 나가면 된다는 주장이지만 정작 차관이 나와도 되는 쪽은 고함만 질러대는 국회였을 것이다. 자신들의 조그만 권익을 지키는 일에는 이렇게 열심일 수 없는 게 국회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이나 정치자금법 개정안도 그렇고 준법지원인제, 세무검증제 지연 등 의원 나리의 이익이 걸린 문제는 수치를 모른다는 것이 요즘 국회의 면목이다. 지역구 이해가 걸린 문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자신의 추한 모습을 오히려 지역에 크게 알려달라는, 정말이지 추한 얼굴이다. 오로지 국회의원 체면을 위해 열린 어제 국회가 그 백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