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나들이] 대청마루 걸터앉아 처마끝에 걸린 봄바람 희롱하노라

가회동ㆍ북촌…서울도심 한옥체험 명소
경주 호텔 '라궁'ㆍ전주 한옥마을 손님맞이 한창

창호지를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간접조명.대청마루에 앉으면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천편일률적으로 지어진 현대식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사라져가는 한옥(韓屋)의 멋스러움과 풍취에 대한 그리움도 더해져 간다. 따뜻한 봄기운이 슬금슬금 생명을 움트게 하는 요즘 서울 시내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한옥 숙박시설을 체험해보면 어떨까.

◆도심속 한옥체험 활발서울 가회동의 '락고재(樂古齋)'는 '옛것을 누리는 맑고 편안한 마음이 절로 드는 곳'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고즈넉한 한옥이다. 130년 역사를 가진 한옥을 인간문화재 정영진 옹이 개조했다. 전통 기와,장독대,정자 등이 소나무와 함께 파란 하늘 아래를 장식하고 있다. 천연 옥이 깔린 온돌방과 장작 찜질방도 체험할 수 있다. 객실 수는 5개.도자기 만들기(6만원),궁중 한복 체험(1만원) 등 문화체험도 가능하다. 18만~45만원.(02)742-3410

북촌게스트하우스는 서울 계동 북촌마을에 자리잡고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은 마당이 있고 ㅁ자 구조의 한옥이 마당을 감싸고 있다. 맷돌과 절구,석등과 같은 한국의 고전미를 느낄 수 있는 소품이 많아 외국 여행객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데 유익하다. 4만~7만원.(02)743-8530

◆다양한 부대시설 갖춘 한옥호텔신라 궁궐의 건축양식을 본떠 만든 '라궁'은 전통 한옥의 외양과 현대적 내부시설을 접목시킨 한옥호텔이다. 경주 신평동 보문단지 내에 있다. 전 객실은 회랑으로 연결된 독채의 가옥으로 이뤄져 있으며 모두 16채가 서로 맞물려 이어져 있다. 객실마다 개별 노천탕을 갖추고 있어 전통 한옥 지붕 위로 밤하늘을 보며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아침,저녁을 기본으로 제공하며 인근의 신라밀레니엄파크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30만~46만원.(054)778-2100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학인당은 전북민속자료 제8호로 지정된 한옥이다. 궁중 건축양식을 민간주택에 도입한 전형적 한옥으로 마당에는 소나무와 작고 아름다운 연못이 있다. 연못 옆으로 계단을 내려가면 수백년을 길어먹던 우물도 있다. 5만~40만원.(063)284-9929

◆한옥 체험시 유의할 점전통 한옥은 일반 민박집과 다르다. 숙박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선조들의 생활방식과 전통문화를 보고 듣고 느끼기 위한 성격이 강한 만큼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무엇보다 동행한 아이들이 실내에서 신발을 신고 뛰거나 낙서 등으로 문화재를 파손하지 않도록 당부해야 한다.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해당 한옥이 지니는 역사적 성격 등을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주의사항을 충분히 숙지시킨 뒤 출발하는 것이 좋다. 또 대부분 목조 건물이기 때문에 화재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주인의 동의 없이 취사도구나 불을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대부분의 전통 한옥들은 다양한 문화체험 행사를 진행하므로 사전에 일정을 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