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1분기 실적이 단기 고점 가능성…저축銀 구조조정 끝날 때까지 길게 봐야

● 주요업종 전망 - 은행

기업·부산·대구은행, '저축銀 인수' 부담 적어
하나은행도 투자 유망

밸류에이션과 실적이 부각되는 어닝 시즌에 일시적으로 은행업종 주가가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은행업종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권고한다.

은행업종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고,향후 수익률도 시장 수익률을 크게 앞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첫 번째 이유는 분기 실적 개선이 주가에 장기간 호재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저효과 등으로 1분기 실적 개선이 예상되지만 1분기가 경상 실적 기준으로는 단기 고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의 마진은 1분기를 고점으로 하락 반전할 것으로 예상되고,줄어들었던 대손비용 역시 2분기를 기점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업종의 양호한 실적은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 축소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5월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은행업종 주가 상승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정부는 부산저축은행 5개 계열사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매각을 추진해야 하는데다 적지 않은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주(은행)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은행은 저축은행 인수과정에서 일정 규모의 숨겨진 부실을 어쩔 수 없이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설령 은행이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은행을 활용해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진행한다면 궁극적으로 은행에 호재로 판단되므로 주가 약세는 일시적일 수 있다. 절대적으로 부담해야 할 규모가 많기는 하지만 은행별로 분담할 수 있다. 몇년간 나눠 반영한다면 은행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수 있고,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 나아가 은행의 금융산업 지배력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필요한 공적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데다 은행 역시 분담을 꺼릴 가능성이 높아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상당 기간 지연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셋째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저축은행 문제는 은행 부담이 불가피해지는 새로운 문제를 유발할 것이다.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과 함께 2008년 이후 건설사의 주요 자금 공급 주체로 떠오른 저축은행이 구조조정되면서 한계 건설사가 연쇄적으로 부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다소 개선됐던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다시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열악한 서민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야기할 수 있다. 2008년 이후 서민금융기관의 여신이 급증한 점과 서민금융기관의 주요 이용자인 저신용자의 채무상환능력이 최근 급격히 악화된 점을 감안해 볼 때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부실이 여타 서민금융기관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넷째 갈수록 확대되는 가계 부채 관련 리스크는 은행업종 주가 상승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은 약화되는 반면 가계 부채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여지는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정책금리를 인상해 차주의 이자부담을 높이고,거치기간 연장을 축소하며,은행의 여신 확대를 제한하는 정부의 정책은 가계 부채문제를 단기적으로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업종 내 추천 종목을 선정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준은 기업 부산 대구 등과 같이 기업여신의 비중이 높은 은행들이다. 장기간의 정부 정책 영향으로 수출중심 제조업 여건이 크게 개선돼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내수산업을 기반으로 한 시중은행은 내수침체에 따른 성장성과 수익성 약화,저축은행 인수 위험,가계 부채 부실화 위험 등 다양한 시장위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둘째 기업 부산 대구 하나 등은 저축은행의 인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은행들이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고,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로 저축은행 인수 여력이 없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역시 자기자본이 크지 않아 저축은행 인수 여력이 적다. 반면 자본 여력이 많은 시중은행들의 경우 저축은행 인수 우려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은행업종 내 가장 투자 유망한 종목으로 하나금융지주를 추천한다. 이달 중 외환은행 인수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리딩뱅크(Leading Bank)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하나금융지주는 하나금융의 취약한 네트워크와 사업 모델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증시 내에서 리딩뱅크로의 인식을 부여해 리레이팅(주가 재평가)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금융총괄 수석연구위원 ysyoung@kiwo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