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남들이 덥석 무는 PF 줄줄이 퇴짜 놨죠"

학교ㆍ병원 등 틈새 공략…환경ㆍ에너지 시설도 진출
올해 시공 순위 34위 예상 "매출 1조3000억 목표"
"회장인 제가 직원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할 때가 있습니다. 안심이 되지 않으니 양보하라고 말이죠.놓친 사업도 많지만,주택개발 사업은 그만큼 보수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

19일 서울 논현동 서희건설 본사 8층에서 만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66)은 "10여년 전 스타힐스를 브랜드로 주택사업에 나섰지만 시공만은 대형 건설사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 없는 부문은 경쟁력 있는 다른 곳에 맡겨 리스크를 분산시킨다는 설명이다. ◆학교 · 교회 · 병원과 환경 · 에너지

포스코 공채 2기 출신인 그는 "빨리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보다 천천히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사업을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여년간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아파트 건설에 매달릴 때 서희건설이 병원 학교 군시설 복지시설 등에 눈을 돌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장은 "안정적인 수익을 거둬 은행 신세를 지지 않겠다고 회사 설립 초기부터 다짐했다"며 "이윤을 많이 남기는 개발업체들을 부러워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고 말했다.

서희건설은 국내 첫 민간자본으로 건립한 경희대 국제캠퍼스 제2기숙사를 비롯해 숭실대 경원대 제주대 강릉대 학생생활관 등을 지었다. 1000병상 규모의 인제대 백병원(부산),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미8군 장교 숙소 및 해군 동해관사 등도 서희건설이 처음 시도한 사업이다. 환경 · 에너지 분야는 새로운 틈새다. 2001년 매립장 가스를 이용한 발전시설인 부산LFG발전소를 시작으로 포항 제주 광주 등 현재 LFG발전소 13기를 가동 중이다. 서울 용두동 일대에 동대문환경자원센터를 준공,음식물 자원화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건설업계는 올해 서희건설의 시공능력 순위를 지난해(40위)보다 6계단 높은 34위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상암동 미디어센터를 975억원에 따내는 등 3조4000억원어치의 일감을 확보했다. 매출 목표는 지난해(1조296억원)보다 30%가량 늘어난 1조3000억원으로 잡았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심정으로이 회장은 "올해는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주택 사업을 펼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 재개발사업,LH(한국토지주택공사) 발주공사,부도로 공매 처리하는 사고 사업장 등이 타깃이다. 그는 "주거시설 사업 때엔 역세권 등 입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땅을 싸게 샀는지,주변에 공급이 드물었는지 등을 판단해 사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서희건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위험에서도 벗어나 있다. 지난해 선보인 서울 강남역과 경기도 광교신도시 오피스텔은 100% 분양됐고 울산 무거동 '태화강 스타힐스'도 70%를 웃돌고 있다. 경기도 양주 덕정에서 6월 분양 예정인 '덕정 스타힐스(1008가구)'의 PF가 500억원 정도다.

이 회장은 1994년 회사를 설립하면서 사명을 직접 지었다. "세 딸의 돌림자가 '희'여서 '삼희건설''삼희공영'을 생각했는데 다른 곳에서 이미 쓰고 있어 서희건설로 정했다"고 했다. 그는 "서희건설을 정년 퇴직이 없는 회사로 만드는 게 작은 바람"이라고 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데 일할 수 있는 나이에 한계를 정하는 것은 난센스이며,직원마다 최선을 다하고,체력이 다했다고 생각할 때 물러나면 된다"는 설명이다.

김진수/박한신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