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vs 삼성 '스마트 특허' 전쟁] 삼성에 위협 느낀 애플…갤럭시S2ㆍ갤탭10.1 출시 앞두고 '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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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점유율 거센 추격에 "예견된 수순"
삼성전자 "즉각 맞소송" 주도권 의지 다져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의 두 강자인 애플과 삼성전자가 제대로 맞붙었다. 애플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자사 특허 ·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낸 데 대해 삼성전자가 "맞소송하겠다"며 강수를 던졌다. 스마트 기기 시장주도권을 누가 거머쥐느냐를 둘러싼 기(氣)싸움이란 게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애플,왜 소송 제기했나애플의 소송 제기에 시장 반응은 "예견된 수순"이란 것이다. 두 회사가 지난 2년 동안 스마트폰 · 태블릿PC 주도권을 놓고 자웅을 겨뤘던 저간의 사정 때문이다. 2009년 애플이 아이폰3G를 내놓으며 승승장구하자 삼성전자는 이듬해 4~5월 갤럭시A,갤럭시S로 맞불을 놨다. 작년 4월 애플이 아이패드를 출시하자 삼성전자는 10월 갤럭시탭으로 응수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존 휴대폰 판매 · 유통 네트워크를 활용해 빠르게 '애플의 유일한 대항마'로 자리잡았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만 봐도 애플이 2009년 14.4%에서 작년 15.9%로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3.7%에서 8.0%로 급성장했다. 태블릿PC에서도 애플이 아이패드1 · 2로 흥행에 성공했으나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탭을 200만대가량 파는 등 추격세가 만만치 않다.
삼성의 거센 추격이 이어지자 애플의 견제도 잇따랐다. 작년 10월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7인치 태블릿은 출시되자마자 이미 사망 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7인치 크기의 삼성전자 '갤럭시탭'을 겨냥한 독설이다. 올해 3월 잡스는 '아이패드2' 발표회에서 또 한번 삼성전자를 겨냥했다.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 삼성전자의 로고를 띄운 뒤 "2011년도 모조품의 해가 될 것인가"라고 말해 삼성전자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따라서 이번 소송 역시 2년 새 만만치 않은 '라이벌'로 성장한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내달부터 갤럭시S2,갤럭시탭 10.1 등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애플이 선제적으로 삼성전자 기죽이기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삼성 맞소송…강경대응 배경은
삼성전자는 애플의 소송 제기 소식을 듣자마자 "맞소송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잡스의 독설에 대해 '쓸데없는 소모전을 벌이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지난달 18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애플이 삼성전자를 폄하하는데 왜 대응을 않느냐'는 한 주주의 질문에 최지성 부회장은 "애플은 우리의 제1거래처"라며 "삼성전자가 부품부터 세트까지 전 사업을 하다보니 대표이사로서 발언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애플이 한 해 삼성전자 매출의 4%(약 6조원)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고객사이다 보니 맞대응하기가 곤란하다는 속내를 표현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이 최대 고객사이긴 하지만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일 뿐"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 LCD 등 부품 거래를 하는 관계라는 점과는 별개로 스마트폰,태블릿PC 시장 주도권 다툼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소송에 법무실 차원이 아닌 특허침해 업무를 전담하는 수원 IP센터를 통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애플이 디자인 등을 문제 삼고 있지만 이동통신 관련기술 등 미국 내 특허등록 건수가 두 번째로 많다는 점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안팎의 잇단 견제에는 '곤혹'강경대응 방침을 내놨지만 삼성전자 내부에선 주요 사업부문에서 경쟁사들과 맞붙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내심 곤혹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3D TV분야에서 LG전자와 2개월째 기술과 판매량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오랜 협력자였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LG전자 3D TV를 편드는 발언이 전해지면서 '묘한' 상황에 처했다.
LCD패널 분야도 마찬가지다. 사업 수익성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중국과 대만 패널업체들이 연합전선을 펴면서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지금은 모든 분야에서 경쟁사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삼성전자 관계자)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