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맨살 소통' 트위터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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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신라호텔 뷔페에서의 한복 출입금지 소동이 트위터로 전파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직도 트위터에는 호텔 측을 비난하는 트위트(트위터에 올리는 140자 이내 글)의 홍수다. 72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작가 이외수 씨,한복을 입고 공중부양했던 강기갑 의원 등이 앞다퉈 논란에 가세했다. 외신에도 기이한 뉴스로 소개됐다. 한복 차림의 대통령 부부가 눈물 흘리는 사진을 신라호텔 전경과 합성한 '한복 논란의 종결자'란 패러디 사진까지 등장했다.
사안이 화급하다고 느낀 호텔 측은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이부진 사장은 사건 당일 당사자를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 이번 주부턴 트위터 공식계정(@TheShillain)을 열어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이틀 새 270여개 트위트를 올렸지만 아직은 반응이 신통치 않다. 트위트 하나가 특1급 호텔을 철저히 굴복시킨 것이다. 한복 소동이 커진 것은 전염의 3요소를 두루 갖춘 탓이다. 삼성 계열 특급호텔이라는 장소의 특별함,한복을 입고 문전박대 당했다는 소재의 특이함,그리고 트위터라는 전파수단의 특수함이다. 트위터는 전파속도 면에서 블로그나 인터넷 댓글과는 비교가 안 된다. 6억명이 이용하는 페이스북보다 파괴력이 있다는 평가다.
최근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 트위터링이 유행하면서 트위터가 양날의 칼로 떠올랐다. 트위터에 무심코 올린 글이 기업과 CEO의 평판을 순식간에 추락시킬 수 있게 됐다. 중간에 걸러줄 여과기능도 없이 맨살로 소통하는 것이 트위터다. 기업에 '트위터 리스크'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트위터 리스크는 사안 자체의 위험성(hazard)에다 외부 노출도(exposure)를 곱한 만큼 증폭되는 특징이 있다. 그 파괴력은 이른바 '무한 알튀'(연쇄 퍼나르기)에서 나온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트위터 이용자들의 멘션에 대한 응답률이 11.0%인 반면 국내 트위터러는 80.6%에 달했다. 멘션이 10번 오면 그 중 8번은 리트위트하거나 답글을 보낸다는 얘기다. 한국인 특유의 연줄문화와 네트워크 개방성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불을 붙였다. 동창회에 나와앉아서도 각자 머리 숙이고 트위터링하기 바쁜 게 요즘 풍경이다. 세 단계만 거치면 모두 아는 사이인 한국사회에서 SNS는 그 간극을 더 좁혀놓고 있다.
아직까지는 트위터의 순기능만 강조돼 왔다. 하지만 트위터가 확산될수록 트위터의 거품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서서히 커진다. 특히 소수의 트위터 유력자들에 의해 주도되는 여론의 폐쇄화 · 집단화 현상을 우려한다. 리트위트(RT · 퍼나르기) 상위 20명 중 뉴스미디어 종사자가 70%에 달한다는 게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분석이다. 수만,수십만 팔로어를 거느린 유력자가 잘못된 정보를 유통시킬 경우 이를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 부정적 의견은 훨씬 더 빨리 유통된다. 트위터가 24시간 365일 열려 있다지만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LG경제연구원은 트위터 등 SNS 확산이 기업의 평판 리스크는 물론 법적 위험과 사적정보 노출 · 도용,기술적 리스크(해킹 등)까지 광범위한 잠재 리스크를 키운다고 분석했다. 이번 한복 파문과 도미노피자의 30분 배달보증제 폐지 사례처럼 국내에는 "트위터가 또 세상을 바꿨다"며 환호할 준비가 돼 있는 300만명의 트위터러가 있다. 어떤 기업이든 순간의 실수나 미숙한 대응으로 뭇매를 각오해야 한다. 새로운 기회의 다른 이름은 리스크이고,광풍이 지나간 뒤에는 이재민이 나오게 마련이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사안이 화급하다고 느낀 호텔 측은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이부진 사장은 사건 당일 당사자를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 이번 주부턴 트위터 공식계정(@TheShillain)을 열어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이틀 새 270여개 트위트를 올렸지만 아직은 반응이 신통치 않다. 트위트 하나가 특1급 호텔을 철저히 굴복시킨 것이다. 한복 소동이 커진 것은 전염의 3요소를 두루 갖춘 탓이다. 삼성 계열 특급호텔이라는 장소의 특별함,한복을 입고 문전박대 당했다는 소재의 특이함,그리고 트위터라는 전파수단의 특수함이다. 트위터는 전파속도 면에서 블로그나 인터넷 댓글과는 비교가 안 된다. 6억명이 이용하는 페이스북보다 파괴력이 있다는 평가다.
최근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 트위터링이 유행하면서 트위터가 양날의 칼로 떠올랐다. 트위터에 무심코 올린 글이 기업과 CEO의 평판을 순식간에 추락시킬 수 있게 됐다. 중간에 걸러줄 여과기능도 없이 맨살로 소통하는 것이 트위터다. 기업에 '트위터 리스크'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트위터 리스크는 사안 자체의 위험성(hazard)에다 외부 노출도(exposure)를 곱한 만큼 증폭되는 특징이 있다. 그 파괴력은 이른바 '무한 알튀'(연쇄 퍼나르기)에서 나온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트위터 이용자들의 멘션에 대한 응답률이 11.0%인 반면 국내 트위터러는 80.6%에 달했다. 멘션이 10번 오면 그 중 8번은 리트위트하거나 답글을 보낸다는 얘기다. 한국인 특유의 연줄문화와 네트워크 개방성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불을 붙였다. 동창회에 나와앉아서도 각자 머리 숙이고 트위터링하기 바쁜 게 요즘 풍경이다. 세 단계만 거치면 모두 아는 사이인 한국사회에서 SNS는 그 간극을 더 좁혀놓고 있다.
아직까지는 트위터의 순기능만 강조돼 왔다. 하지만 트위터가 확산될수록 트위터의 거품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서서히 커진다. 특히 소수의 트위터 유력자들에 의해 주도되는 여론의 폐쇄화 · 집단화 현상을 우려한다. 리트위트(RT · 퍼나르기) 상위 20명 중 뉴스미디어 종사자가 70%에 달한다는 게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분석이다. 수만,수십만 팔로어를 거느린 유력자가 잘못된 정보를 유통시킬 경우 이를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 부정적 의견은 훨씬 더 빨리 유통된다. 트위터가 24시간 365일 열려 있다지만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LG경제연구원은 트위터 등 SNS 확산이 기업의 평판 리스크는 물론 법적 위험과 사적정보 노출 · 도용,기술적 리스크(해킹 등)까지 광범위한 잠재 리스크를 키운다고 분석했다. 이번 한복 파문과 도미노피자의 30분 배달보증제 폐지 사례처럼 국내에는 "트위터가 또 세상을 바꿨다"며 환호할 준비가 돼 있는 300만명의 트위터러가 있다. 어떤 기업이든 순간의 실수나 미숙한 대응으로 뭇매를 각오해야 한다. 새로운 기회의 다른 이름은 리스크이고,광풍이 지나간 뒤에는 이재민이 나오게 마련이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