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배드뱅크, 저축銀 부실채권 매입 않는다

은행권 4조 부실債 우선 매입…6월 출범
삼부토건 법정관리 철회 25일까지 결정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배드뱅크가 저축은행의 부실 PF대출은 사들이지 않기로 해 실효성에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올 들어 건설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있는 주된 이유가 저축은행의 PF 대출 회수 때문인데 이는 외면하고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은행 PF 대출만 매입키로 한 탓이다. 한편 서울 헌인마을 PF 대주단은 삼부토건 · 동양건설산업의 법정관리 철회와 PF 만기연장을 오는 25일까지 한꺼번에 처리하기로 했다.

◆6월 출범… "PF 소유권 인수"금융감독원과 8개 은행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는 이르면 6월 배드뱅크를 설립,컨소시엄 형태의 사업장에 대한 부실채권을 먼저 매입하기로 했다. 개별 은행이 단독으로 대출해준 사업장보다 여러 은행이 컨소시엄 형태로 묶인 사업장을 풀어주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작년 말 현재 은행권의 PF 부실채권 잔액 6조4000억원 중 컨소시엄 형태로 나간 대출 채권은 약 4조원이다.

국민 · 우리 · 신한 · 하나 · 외환 등 5개 시중은행과 기업 · 산업 · 농협 등 3개 특수은행은 부실채권 규모에 따라 배드뱅크에 일정액을 출자하기로 했다. 5000억~1조원의 '캐피털 콜(출자 한도)' 약정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 관계자는 "1차 배드뱅크인 유암코는 설립 당시 1조원의 캐피털 콜과 5000억원의 신용공여 한도를 설정했지만 실제로는 500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출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설립을 추진 중인 2차 배드뱅크는 PF 채권 소유권을 완전히 인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환매조건부인 사후정산 방식으로 하면 올해부터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은행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저축은행 PF 배제 논란

주재성 금감원 은행업서비스본부장은 "PF 배드뱅크는 저축은행 PF 부실채권을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19일 못박았다. 현재 저축은행들의 PF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은 캠코에 매각한 부분을 제외하면 약 1조원 규모다. 그러나 이는 하반기에 급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캠코에 넘긴 부실자산이 제때 매각되지 않을 경우 저축은행들이 다시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6월 결산을 계기로 저축은행업계에 2차 구조조정이 단행될 수 있어 PF대출 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은행만으로 진행되는 배드뱅크는 PF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이와 별도로 "은행들이 PF 대출을 2~3개월 단위로 연장해주고 연 13%의 고금리를 적용하며 이자 선납까지 요구하는 관행이 문제"라며 "최대 10조원 정도의 배드뱅크로는 부실 PF 대출을 처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경기를 살릴 수 있는 종합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별로 PF 보유 규모가 천차만별이어서 출자비율을 조율하는 것도 난제로 꼽힌다. ◆"삼부토건 문제 25일까지 처리"

헌인마을 PF 대주단은 오는 25일까지 △삼부토건 및 동양건설의 법정관리 철회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 지속 여부를 동시에 결정하기로 했다. 대주단 관계자는 "헌인마을 개발사업 자체는 괜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이 법정관리를 철회하고 사업을 계속하는 쪽으로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대주단으로 참여 중인 증권 · 종금사다. 이들은 약 2100억원어치의 자산유동화 기업어음(CP)을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했는데 만기연장이 쉽지 않다고 한다. 은행 관계자는 "증권 · 종금사들이 조만간 투자자 중 금액이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연장 동의서를 받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담보가 부족한 동양건설을 대상으로 신규대출을 내주는 부분도 풀어야 할 숙제다.

조재길/류시훈/장규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