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 실적불안 떨치고 '기지개'

대우·삼성 등 일제히 상승…IB부문 실적 개선이 변수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로 한동안 약세를 지속했던 증권주들이 오랜만에 힘을 냈다.

2010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실적발표가 지난 19일 삼성증권을 끝으로 마무리되면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평가다. 증시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거래대금 증가로 인한 영업환경 개선 기대감이 커진 것도 반전의 계기가 됐다. 대우 삼성 우리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의 주가는 20일 일제히 상승했다. 삼성이 8.89%(6900원) 오른 8만4500원에 장을 마친 것을 비롯해 우리투자(4.42%) 대우(4.22%) 대신(2.82%) 등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이날 증권업종지수 종가는 5.00%(129.30포인트) 상승한 2715.99를 기록했다.

증권사들은 4분기(20011년 1~3월) 실적발표를 앞두고 이달 들어 계속 부진한 주가흐름을 보여왔다. 올초 중국고섬의 기업공개(IPO) 실패로 인해 투자은행(IB) 부문에서 큰 손실을 본 대우증권은 지난 4일부터 19일까지 9.91% 하락하기도 했다.

증권주가 한꺼번에 상승세를 보인 것은 '실적이 더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4분기 자산관리 부문 실적 호조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08억원(13.0%) 증가한 삼성을 제외하고는 상당수 증권사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대신증권은 금리 상승 기조에 따른 채권운용 부문 손실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하지만 최근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브로커리지(주식매매중개) 부문에서 실적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안정균 SK증권 연구원은 "일본 대지진 이후 거래대금이 늘어나면서 이달 들어 9조원을 넘어섰다"며 "증권주에 대한 '비중확대'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경영을 압박하는 주변 요인들이 여전해 강세를 지속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우선 대우와 우리투자증권 등 일부 대형 증권사들의 IB부문 실적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우증권은 최근 중국고섬 거래가 정지되면서 이 회사 주식 보유분(830만주)에 대한 평가손만 235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IB부문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랩 어카운트와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투자 상품의 판매 증가에 따른 자산관리 부문 수익만 급증하는 것이 '균형성장'이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증권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자산관리부문의 성장속도를 IB부문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이라며 "두 부문이 균형있게 발전해야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체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