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박정희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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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은 불후의 명성을 상징한다. 대부분 남들이 세우지만 독재자들은 직접 만든다. 네로 황제는 12년 동안 32m짜리 전신상을 제작했고,나폴레옹 또한 생전에 자기 동상을 건립했다. 그러나 이라크전 직후 후세인 동상에서 보듯 독재자의 동상은 파괴되거나 훼손되게 마련이다.
반면 후대가 세운 동상은 오래도록 남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도록 한다. 유명한 이들의 동상이 개인 숭배나 기념사진 배경의 의미를 넘어서는 이유다. 문제는 어떻게 만드느냐다. 인물 조각은 어렵다. 단순한 외모 표현에 그치는 게 아닌 까닭이다. 제자가 만드는 스승의 얼굴에선 부드러움이 배제된다는 말도 있다. 전신상은 더 힘들다. 말이라도 타고 있으면 모르되 그냥 서 있는 모습을 그럴 듯하게 제작하기란 실로 난감하다고 한다. 스탈린과 마오쩌둥,김일성 동상의 원본이나 다름없다는 레닌 동상이 실은 고대 로마 황제 동상에서 비롯됐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조끼 위에 양복과 긴 코트를 걸친 채 엄지를 세운 오른손을 높이 든 레닌 동상은 1926년 세워진 뒤 주로 사회주의나 전제주의 국가에서 그 전통이 유지됐는데 '오른손을 든 제스처는 실은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 조각에 나오는 것으로 백성들에게 축복을 내리는 의미를 가졌었다'(김영나 서울대 교수)는 것이다.
평양 만수대 김일성 동상과 비슷하다는 논란을 빚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이 결국 변경되는 모양이다. 동상 건립추진위원회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높이를 낮추고 기단 없이 평지에 세우는 등 소박하고 친 서민적인 모습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원래 안은 김일성 동상과 흡사하다. "지도자 전신상은 희망을 제시하는 듯 손을 어깨 높이보다 위로 든 모습으로 만든다"는 게 작가의 변이고,실제 김구 선생과 김대중 전 대통령 동상도 유사한 형상이다. 그러나 영국 웨스터민스터역 팔라멘트 광장의 처칠은 지팡이를 짚고 있고,프랑스 샹젤리제 지하철역 앞 광장의 드골은 군복을 입은 채 걷는다. 미국 워싱턴 루스벨트 기념관에 자리잡은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휠체어를 타고 있고,미국 의회 중앙홀에 들어선 로널드 레이건은 양팔을 자연스레 아래로 내렸다. 국민이 원하는 건 앞장서서 이끌고 나가려는 권위적인 지도자가 아니라 함께 호흡하는 동반자란 얘기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반면 후대가 세운 동상은 오래도록 남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도록 한다. 유명한 이들의 동상이 개인 숭배나 기념사진 배경의 의미를 넘어서는 이유다. 문제는 어떻게 만드느냐다. 인물 조각은 어렵다. 단순한 외모 표현에 그치는 게 아닌 까닭이다. 제자가 만드는 스승의 얼굴에선 부드러움이 배제된다는 말도 있다. 전신상은 더 힘들다. 말이라도 타고 있으면 모르되 그냥 서 있는 모습을 그럴 듯하게 제작하기란 실로 난감하다고 한다. 스탈린과 마오쩌둥,김일성 동상의 원본이나 다름없다는 레닌 동상이 실은 고대 로마 황제 동상에서 비롯됐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조끼 위에 양복과 긴 코트를 걸친 채 엄지를 세운 오른손을 높이 든 레닌 동상은 1926년 세워진 뒤 주로 사회주의나 전제주의 국가에서 그 전통이 유지됐는데 '오른손을 든 제스처는 실은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 조각에 나오는 것으로 백성들에게 축복을 내리는 의미를 가졌었다'(김영나 서울대 교수)는 것이다.
평양 만수대 김일성 동상과 비슷하다는 논란을 빚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이 결국 변경되는 모양이다. 동상 건립추진위원회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높이를 낮추고 기단 없이 평지에 세우는 등 소박하고 친 서민적인 모습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원래 안은 김일성 동상과 흡사하다. "지도자 전신상은 희망을 제시하는 듯 손을 어깨 높이보다 위로 든 모습으로 만든다"는 게 작가의 변이고,실제 김구 선생과 김대중 전 대통령 동상도 유사한 형상이다. 그러나 영국 웨스터민스터역 팔라멘트 광장의 처칠은 지팡이를 짚고 있고,프랑스 샹젤리제 지하철역 앞 광장의 드골은 군복을 입은 채 걷는다. 미국 워싱턴 루스벨트 기념관에 자리잡은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휠체어를 타고 있고,미국 의회 중앙홀에 들어선 로널드 레이건은 양팔을 자연스레 아래로 내렸다. 국민이 원하는 건 앞장서서 이끌고 나가려는 권위적인 지도자가 아니라 함께 호흡하는 동반자란 얘기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