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 청문회] "DJ정부 때 예금보호한도 늘려" vs "윤증현, 과도한 규제완화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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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前-現정부 부실책임 공방"저축은행 부실은 지난 10년간의 정책 실패,대주주의 모럴해저드에 대한 감독 부실,부동산 경기 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렇다고 해도 금융감독원이 제대로 응징했다면 여기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
금융당국 감독 실패엔 한목소리로 비판
"저축은행의 불법 대출 사고엔 반드시 금감원 출신들이 끼어 있었다. 금감원 출신 사외이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감독과 검사를 하라고 했지 누가 금융사기를 도우라고 했나. "(김정 미래희망연대 의원)20일 열린 저축은행 부실화 원인 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금융당국의 감독 실패에 대한 책임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다만 저축은행 부실을 초래한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여야가 전 정부,현 정부의 책임론을 강조하며 '네 탓 공방'을 벌였다.
◆"당국이 부실 방조 넘어 유도"
이날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2008~2009년 금융당국이 부실한 저축은행을 우량 저축은행이 인수하도록 한 정책에 대해 증인으로 출석한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과 김종창 전 금감원장을 상대로 집중 추궁했다. 이진복 한나라당 의원은 부산저축은행 및 금감원의 내부 문건을 제시하며 "자율적인 인수 · 합병을 유도했다고 하지만 금감원이 저축은행의 매매를 알선하는 브로커 같은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이 의원은 "부산저축은행이 대전,전주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금감원에 각종 인센티브를 요구했는데,무슨 책이 잡혔던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전 금감원장은 "당시 경영평가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부산저축은행 관계자 여러명이 와서 인수 동기와 경영 전략을 설명했다"며 "물론 권유는 있었겠지만 자발적인 판단이었다. 매매 알선이라는 표현은 지나치다"고 맞받았다.
신건 민주당 의원은 "당국은 부산저축은행이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할 당시 1000억원이면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봤는데,인수를 추진했던 국민은행은 5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며 "부실한 은행을 퇴출하지 않고,합병을 유도해 우량 은행에 부실을 전이시켰다는 지적에 동의하는가"라고 추궁했다. ◆부실 초래 '네 탓 공방'
저축은행 부실을 초래한 정권이 어디인지를 놓고는 여야 의원들 간 공방이 벌어졌다.
여당 의원들은 김대중 정부 시절 예금 보호 한도를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금융정책(2001년 1월 시행)과 상호신용금고에서 상호저축은행으로 명칭을 변경한 정책(2002년 3월 시행)이 부실 사태를 낳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은 "상호신용금고에 은행 명칭을 달아 주고,예금 보호 한도를 5000만원으로 늘린 것이 결정적인 정책 실패"라며 "돈은 은행으로 들어오는데 높은 이자를 받고 영업할 곳이 없으니 PF 대출에 집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고승덕 의원도 "2006년 소위 저축은행 '88클럽' 규제 완화 직전인 2005년 PF 대출은 5조6000억원에서 2006년 말 11조3000억원으로 불어난 데 이어 2007년 말 12조원을 돌파했다"며 "늘어난 저축은행 수신이 88클럽 규제 완화로 PF 대출로 갔고,이명박 정부는 '폭탄'을 떠안은 책임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2006년 8월 도입된 88클럽 여신 한도 우대조치에 대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책임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2006년 88클럽 여신 우대조치 이후 저축은행 자산 증가율이 연 16%로 급상승했다"며 "88클럽 여신 우대가 저축은행 부실을 초래한 결정적인 변곡점이며,당시 금융감독위원회 수장이 윤 장관"이라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예금 보호 한도 상향이나 저축은행 명칭 변경은 국회 의결 사안으로 (정부가 아닌) 국회의원들의 책임이 크다"며 "당시 다수당은 한나라당이었다"고 여당을 겨냥했다. 같은 당 조영택 의원도 "10년 전 예금 보호 한도나 저축은행 명칭 변경으로 현재 부실을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는 경복궁이 무너지면 경복궁을 중건한 흥선대원군을 탓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류시훈/김형호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