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공자ㆍ소크라테스와 함께 영화 한편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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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 - '생각 박물관' 펴낸 박영규 씨
에피소드 따라가다 보면 철학자들의 핵심사상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돼
박영규 씨(45)는 '밀리언 셀러' 작가다. 1996년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이 100만부 넘게 팔렸다. '한권으로 읽는' 시리즈로 서고 속 역사를 대중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가 이번에는 '철학의 대중화'에 도전한다. 새 책 《생각 박물관》(책문,2만5000원)을 들고서다. 그는 두 번째 장외홈런을 쳐낼 수 있을까.
지난 20일 파주 출판단지 내 집필실에서 만난 그는 "독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의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들고서는 출판사에다 5만권은 나가지 않겠느냐며 나름 '뻥'을 쳤다. 역사책은 1만권도 안 나가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초판 3000권이 하루 만에 나갔고 다음 3000부도 매진됐다. 그 다음날 바로 5만부씩 찍어댔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번 철학 이야기는 그의 본령이기도 하다. 그는 대학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박씨의 강점은 글쓰기에 있다. 그의 책들은 쉽게 읽힌다. 말하듯이,사례를 충분하게 넣어,이해하기 쉽게 글을 쓴다. 정식 등단한 시인의 감수성은 그의 글맛을 더해주는 향신료다. 《생각 박물관》도 막힘 없이 읽힌다. '이게 철학책이야'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다.
"철학에 대해 궁금해하는 누구나 들춰볼 수 있게 만들려고 했어요. 읽다 보면 동서양 철학자 100인의 핵심사상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다산학교 고1 철학 교재이기도 해요. (그는 경기도 일산에 도심형 대안학교인 다산학교를 세우고,교장으로서 논술과 철학을 지도한다. ) 요즘 애들이 어떤지 알잖아요.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따분하다고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거요. "그는 기존 철학책처럼 철학자를 한 사람씩 고립시켜 다루지 않았다. 동시대를 살았던 철학자들의 관계와 행적에 주목했다. '도덕경은 하나가 아니다''공자가 만난 노자''우주적 도가 사상을 집대성한 장자' 등의 글꼭지만 봐도 철학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시대철학'을 소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서양 대표 철학자들을 역사적 흐름에 따라 교차해 소개하는 점도 두드러진다.
"성리학을 볼까요. 우주에는 하나의 이치(理)가 있는데 그 이치가 중심이 돼 어떤 형태로 물질(氣)을 만들어 낸다는 게 핵심이에요. 주리론자는 감정(七精)을 낳는 기(氣)에 현혹돼선 안 된다고 하지요. 주기론자들은 물질 없이 이치를 보일 수 없는 법이라며 반박하고요. 플라톤의 이데아론,칸트의 관념론,헤겔의 절대관념 등도 똑같은 얘기를 하는 겁니다. "
동서양을 넘나들며 생각의 깊이도 추구하는 그의 얘기를 듣다 보니 머그컵의 리콜라 허브티가 식는 줄도 몰랐다. 앞에 놓인 책을 펼치니 그 얘기가 그대로 있다. 과연 대화체인 데다 용어를 요즘 쓰는 말로 바꿔 읽기 편하다. '구연철학(口演哲學)' 책이라고 해도 되겠다. 노자에게 가르침을 구했던 공자,아리스토텔레스를 견제했던 플라톤 등의 서술도 당사자들의 옆에 있는 듯 생생하다. "청년들의 막걸리판에 안줏거리라도 되길 바랄 뿐이에요. 우리 모두가 생각하고 철학하는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좋겠어요. 철학은 힘입니다. 외부의 공격에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건 지식이고 지식의 최첨단은 철학이죠.논리를 세우고 새 이론체계를 만들어 장악하는 쪽이 이기게 마련입니다. "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