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연물명나방은 어떻게 살아갈까

곤충의유토피아 / 정부희 지음 / 상상의 숲 / 464쪽 / 4만5000원
한여름에 연못에서 1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샛노란 꽃을 피우는 노랑어리연꽃.'어리'는 '비슷하다'는 뜻이므로 노랑어리연꽃은 연꽃을 닮은 노란 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노랑어리연꽃 잎사귀의 한쪽 귀퉁이가 마치 칼로 오려낸 것처럼 동그랗게 잘려 있다면 근처에 연물명나방 애벌레의 집이 있다는 증거다. 연물명나방은 두 장의 잎 조각을 겹쳐놓고 입에서 실을 뽑아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5㎜ 간격으로 꼼꼼하게 붙여 집을 만든다. 머리를 내밀어 연꽃잎을 먹기 좋도록 개구멍까지 뚫어 놓는다. 물속에서 살 수 없는 애벌레가 수중생물인 노랑어리연꽃을 집으로 삼은 것은 그 잎사귀가 물에 젖지 않기 때문이다.

《곤충의 유토피아》에는 이처럼 우리 땅에 사는 29종의 곤충의 삶을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보여준다. 지난해 파브르의 《곤충기》에 견줘 '정부희 곤충기' 제1권으로 내놓은 《곤충의 밥상》 후속편이다. 책에는 물을 밟고 다니는 소금쟁이와 물에 누워 헤엄치는 송장헤엄치개 같은 물살이곤충,바닷가 모래밭의 터줏대감인 모래거저리,모래판의 천하장사 큰조롱박먼지벌레,물구나무서기가 장기인 큰집게벌레 같은 모래살이곤충,참매미 · 수염풍뎅이 · 운문산반딧불이 같은 흙살이 등의 한살이가 400여장의 생생한 생태사진과 함께 담겨 있다.

송장헤엄치개 어른벌레가 애벌레를 잡아먹는 동족 포식 장면 등의 명장면과 저자의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