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보 샤넬 시계부문장 "디자인 있기에…시계 소재 혁명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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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샤넬이 첫 시계를 내놓았을 때 업계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프랑스 회사잖아.제아무리 샤넬이라도 100~200년 역사의 정통 스위스 시계업체들과 맞붙을 수 있겠어?"
실제 그랬다. 샤넬 시계는 일부 '샤넬 마니아'들에게만 어필했을 뿐 대중적인 인기는 끌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샤넬은 1993년 "샤넬의 힘을 보여주겠다"며 새로운 시계 제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7년 뒤 'J12'를 선보였다. J12는 독특한 시계였다. 당시만 해도 시계 소재로 거의 쓰지 않았던 세라믹을 사용한 데다 시계 몸체와 줄까지 검정색으로 뒤덮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시계는 샤넬 최초의 남녀 공용 모델이었다.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새내기 시계업체'였던 샤넬이 시계 분야에서도 강자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샤넬은 2003년 시계 전체를 흰색으로 도배한 J12 화이트 버전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바젤시계박람회에서 '3세대 J12'를 공개했다. 'J12 크로매틱'으로 명명된 이 시계는 기존 모델에 적용된 하이테크 세라믹보다 20% 가볍고 내구성은 25% 강화된 티타늄 세라믹을 사용했다. 은은한 회색을 띠는 게 특징이다.
최근 바젤박람회장에서 만난 니콜라 보 샤넬 시계부문 총괄본부장(사진)은 "J12가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스위스 시계업체들은 샤넬을 우습게 봤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며 "2000년대 들어 새로운 트렌드 중 상당 부분을 샤넬이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계 소재에 세라믹 바람을 일으켰고,올 블랙이나 올 화이트 등 색상 혁명을 이끈 주인공이었다는 점에서다.
보 본부장은 "샤넬의 강점은 시계뿐 아니라 의류 · 잡화와 화장품 등 패션사업 전반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는 것"이라며 "덕분에 시계만 만드는 업체에 비해 '아름다움에 대한 시야'가 넓고 이런 디자인 역량이 시계를 만들 때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샤넬은 자체 무브먼트(동력장치)를 생산하지 않고,스와치 그룹 산하 무브먼트 전문 제조업체인 에타 등으로부터 구입해 쓰고 있다.
그는 소비자들이 시계를 고를 때 첫 번째 선택 기준으로 삼는 것은 기술력이 아닌 디자인이라고 단언했다. "시계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눈길이 가는 아이템이잖습니까. 그러니 디자인이 1순위가 될 수밖에요. 여성은 물론 남성 중에서도 기술력의 상징인 무브먼트 성능을 하나하나 따지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글쎄요….10%나 될까요?"
바젤(스위스)=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실제 그랬다. 샤넬 시계는 일부 '샤넬 마니아'들에게만 어필했을 뿐 대중적인 인기는 끌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샤넬은 1993년 "샤넬의 힘을 보여주겠다"며 새로운 시계 제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7년 뒤 'J12'를 선보였다. J12는 독특한 시계였다. 당시만 해도 시계 소재로 거의 쓰지 않았던 세라믹을 사용한 데다 시계 몸체와 줄까지 검정색으로 뒤덮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시계는 샤넬 최초의 남녀 공용 모델이었다.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새내기 시계업체'였던 샤넬이 시계 분야에서도 강자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샤넬은 2003년 시계 전체를 흰색으로 도배한 J12 화이트 버전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바젤시계박람회에서 '3세대 J12'를 공개했다. 'J12 크로매틱'으로 명명된 이 시계는 기존 모델에 적용된 하이테크 세라믹보다 20% 가볍고 내구성은 25% 강화된 티타늄 세라믹을 사용했다. 은은한 회색을 띠는 게 특징이다.
최근 바젤박람회장에서 만난 니콜라 보 샤넬 시계부문 총괄본부장(사진)은 "J12가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스위스 시계업체들은 샤넬을 우습게 봤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며 "2000년대 들어 새로운 트렌드 중 상당 부분을 샤넬이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계 소재에 세라믹 바람을 일으켰고,올 블랙이나 올 화이트 등 색상 혁명을 이끈 주인공이었다는 점에서다.
보 본부장은 "샤넬의 강점은 시계뿐 아니라 의류 · 잡화와 화장품 등 패션사업 전반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는 것"이라며 "덕분에 시계만 만드는 업체에 비해 '아름다움에 대한 시야'가 넓고 이런 디자인 역량이 시계를 만들 때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샤넬은 자체 무브먼트(동력장치)를 생산하지 않고,스와치 그룹 산하 무브먼트 전문 제조업체인 에타 등으로부터 구입해 쓰고 있다.
그는 소비자들이 시계를 고를 때 첫 번째 선택 기준으로 삼는 것은 기술력이 아닌 디자인이라고 단언했다. "시계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눈길이 가는 아이템이잖습니까. 그러니 디자인이 1순위가 될 수밖에요. 여성은 물론 남성 중에서도 기술력의 상징인 무브먼트 성능을 하나하나 따지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글쎄요….10%나 될까요?"
바젤(스위스)=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