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볼튼 피델리티 인터내셔널부문 대표 "중국 투자 최적기…내수株 주목"

수익률 1만4000% '투자의 전설'

글로벌 투자 축 西→東 이동
中 매출 급증한 한국기업 물색
가치투자로 '타이밍' 잡아야
영국의 전설적 펀드매니저인 앤서니 볼튼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투자부문 대표(61 · 사진)는 "글로벌 투자의 중심 축이 서(west)에서 동(east)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아시아가 향후 투자 기회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볼튼 대표는 지난 18일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가 홍콩에서 '중국의 향후 10년'이란 주제로 연 미디어 포럼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얼음같이 냉정한 투자 대가'라는 평가에 걸맞게 시종일관 냉철하고 신중한 태도로 답변을 이어갔다. 하지만 아시아,특히 중국에 관한 질문에 대해선 간간이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 찬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현재 투자의 '스위트 스폿'(투자 적기)에 있다"며 "지금이라도 중국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볼튼 대표와의 일문일답.▼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 주식을 살 때인가,팔 때인가.

"중국 경제가 감속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매력적이다. 중국의 성장은 소위 'S커브'(초기에는 더디지만 갑자기 기하급수적으로 상승곡선을 타게 되고,그 뒤 성숙 단계에 이르면 곡선이 완만해지면서 S자 궤적을 그린다는 이론)의 상승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 기회가 열린 적은 일찍이 없었다. 단기적으로 중국 증시가 후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

▼수년 전 중국 투자에 나서 손실을 경험한 한국 투자자가 많다. 그런 한국 투자자에게도 중국 투자를 권할 만한가. "글로벌 금융 위기 때는 중국이 아니라 다른 시장에 투자했어도 손해를 봤을 것이다. 중국 시장에 웬만한 악재는 이미 반영됐다. 중국이 다른 아시아 시장보다 저성장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중국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

▼업종을 추천한다면.

"향후 10년간 중국의 성장동력은 수출에서 벗어나 내수와 소비,서비스 업종이 될 것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중국이 올해 시행에 들어간 제12차 5개년 계획도 내수와 소비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도나 브라질 등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중국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중국 시장은 다른 시장에 비해 항상 6~12개월 먼저 움직여 왔다. 중국은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문화적으로도 한국에 가깝지 않은가. "

▼한국 주식시장이 최고점을 돌파하는 등 활황이다. 한국 시장 전망은."피델리티의 한국팀이 한국 투자를 전담하고 있으며,나는 중국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중국에서 많은 매출을 올리는 한국 회사들이 있고,이런 한국 기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

▼한국 투자자들에게 조언할 만한 투자 원칙을 소개한다면.

"타이밍을 잡는 것은 어렵다. 시장을 예측하거나 매수 및 매도 시점을 선택하려는 노력은 하지 말라.가치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 또 자신의 기질에 맞춰 투자해야 한다. 시장에 귀를 기울이되 독립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말이다.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 "

◆ 볼튼 대표는…1979년 피델리티의 대표 펀드인 '글로벌 스페셜 시추에이션 펀드'의 운용을 맡은 이후 2007년 말까지 28년간 누적수익률 1만4000%,연평균 19.5%를 기록한 전설적 펀드매니저다. 이 기간 중 단 한 번도 시장수익률을 밑돈 적이 없어 '아무리 유능해도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는 통설을 뒤집은 펀드매니저로 유명하다. 2007년 현역에서 물러났다가 2010년 4월'피델리티 차이나 스페셜 시추에이션 펀드'를 맡아 펀드매니저로 복귀했다.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무한한 투자 기회들을 놓칠 수 없었다"는 게 그의 복귀 사유였다.

홍콩=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