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근의 부동산 돋보기] "상권 먼저…" 상가 '先임대 後분양'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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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 행당동 주상복합, 3~5년 임대 후 통매각 전략포스코건설이 서울 행당동에서 분양 중인 주상복합 '서울숲 더샵'의 상가 규모는 3만3000㎡(약 1만평)다. 오피스텔과 아파트는 잘 팔리고 있지만 상가 분양은 불확실성이 높다. 포스코건설은 상가를 3~5년간 임대를 놓기로 했다. 임차인을 들여 상권을 활성화시킨 뒤 부동산펀드 리츠 등에 통째로 매각한다는 전략이다.
타임스퀘어, 임대로 상권 키워
상가 시장에 '임대 후 통매각'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상권 활성화부터 감안하는 '상가 간접투자 시대'가 열린 셈이다. 그동안 상가는 건물을 짓기도 전에 분양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시행사가 분양 이익만 챙기고 상권 활성화를 외면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
◆선(先)임대 시장 본격화
임대분양에 적극적인 곳은 대형 주상복합 개발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 포스코건설이다. 이 회사는 동탄신도시 주상복합 '메타폴리스'와 부산 서면 주상복합 '센트럴스타' 상가를 임대분양 중이다. 현재 분양 중인 서울숲 더샵과 향후 인천 송도에서 공급 예정인 주상복합의 상가도 선임대할 예정이다.
극동건설도 부천시 상동의 복합 스포츠 콤플렉스 '웅진플레이도시' 상가를 임대 중이다. 당초 지급보증을 섰던 극동건설은 분양에 실패하자 이를 인수해 임대분양에 나섰다. 인천 구월동에 지을 주상복합 내 상가도 임대할 예정이다. 대형 근린상가 시장에도 2009년 선임대 방식의 개발 사례가 처음 등장한 바 있다. 상가개발 전문업체인 브릭스에셋은 남양주시 가운동에 연면적 2만6400㎡(약 8000평) 규모의 대형 근린상가를 지어 임대를 놓았다. 2013년께 부동산펀드나 리츠에 통매각할 방침이다.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도 임대분양 케이스다. 동대문 R상가 · L상가,부천 S상가,일산 M상가 등 2000년대 초 · 중반 무더기로 공급된 대형 테마상가나 복합상가가 상권 활성화에 실패한 것과 달리 타임스퀘어는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임대를 통해 상권을 키운 덕분이다.
김상태 브릭스에셋 사장은 "기존에는 자금력 약한 디벨로퍼들이 분양수익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상가 개발에 나서 선임대가 불가능했다"며 "최근 대형 건설사나 유통전문업체가 나서면서 선임대 시장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 마케팅 뜬다
선임대 사례가 늘면서 임대마케팅 시장도 열리고 있다. 과거엔 상가를 잘 파는 분양대행사들이 대접을 받았지만 지금은 임차인을 잘 모으는 임대 전문가들이 인기다. 노형기 포스코건설 마케팅 이사는 "선임대로 상가 임대 마케팅이란 업무 영역이 만들어졌다"며 "프랜차이저 등 우량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해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저 회사에서 점포개설을 맡았던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가 선임대가 일반화되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자금조달이 쉽지 않고,담보대출만 취급하는 금융권이 사업성만 보고 땅값은 물론 건축비까지 대출해줄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다. 부동산펀드나 자산운용사들도 통매각 물건을 사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수익성 분석이 쉬운 오피스빌딩 위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종칠 건국대 부동산학과 마케팅담당 교수는 "미국 홍콩 등에선 10개 전후의 쇼핑몰을 소유한 상가개발회사가 증시에 상장돼 있다"며 "기업공개,차입 등을 통해 좋은 상가를 개발할 수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근의 건설부동산부 차장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