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한바탕 몸싸움 하게 될 몸싸움 금지법안

국회 일각에서 '몸싸움 방지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회자정 모임' 의원들이 몸싸움 방지법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자는 뜻을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에 건의했다. 한나라당 21명, 민주당 31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국회자정 모임이 제안한 이 법은 필리버스터와 의안 자동상정제를 도입하고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은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 개정 취지는 공감하고도 남음이 있다. 폭력으로 얼룩진 국회가 얼마나 우리 정치 문화를 후퇴시켰는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국제적인 우스갯감이 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국회 통과부터가 불투명하다. 몸싸움 방지법을 만들자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 정부 들어서도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논의됐지만 모두 무산됐다. 이번에도 국회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법을 통과시키려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모두 몸싸움을 해야 한다는 웃지 못할 얘기가 된다.

설사 국회를 통과해도 지켜진다는 보장도 없다. 아니 본질적으로는 몸싸움을 없애자는 이 법에 여야가 합의할 정도라면 처음부터 여야합의로 안 싸우면 그만이다. 발상자체가 실로 구차한 것이다. 법으로 폭력을 규제하는 것과 실제로 몸싸움이 없어지는 것은 별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