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 카드사업 떼내 홈플러스와 합작사

금융+유통 시너지 'SC홈플러스 카드' 상반기 설립
농협·우리銀도 分社 채비…카드 경쟁 격화 예고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이 SC제일은행 카드사업을 분사해 홈플러스와 합작 카드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과 통신을 융합한 하나SK카드에 이어 금융과 유통을 결합한 카드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금융계에선 카드사의 잇단 분사로 인해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며 '제2의 카드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SC-테스코 합작SC금융그룹 고위 관계자는 21일 "SC제일은행 내 카드사업을 분사해 테스코(홈플러스의 대주주)와 조인트 벤처 형식으로 별도의 합작 카드사를 만드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금융당국에 카드사 설립을 위한 승인 신청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SC금융 관계자는 "SC그룹은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로는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카드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소비자금융시장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SC그룹과 테스코는 모두 영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으며 카드사업 진출을 오래 전부터 모색해 왔다. 이번 합작을 주선한 곳은 비자카드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은행 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SC그룹은 아직 카드 계열사가 없는 상태다. 2007년엔 미국 신용카드 업체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의 카드사업이 아닌 은행사업부만을 인수한 바 있다. SC제일은행은 독자 카드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2009년 비씨카드 보유 지분 전체(14.85%)를 보고펀드에 매각했다. 테스코는 국내 홈플러스 지분 94.56%를 가지고 있으며 홈플러스는 전국 123개 점포를 통해 연간 11조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2003년 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전 지점에서 보험,신용카드 등을 팔기 시작할 정도로 금융사업과의 시너지에 관심이 많았다.

◆카드사 경쟁 과열 우려

SC그룹과 테스코가 별도의 카드회사를 설립하면 전업계 카드사는 총 8개(신한 KB국민 현대 삼성 롯데 비씨 하나SK SC홈플러스)가 된다.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카드를 발급하면서 동반 위기에 처했던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카드업체 수(8개)와 같게 된다. 농협과 우리은행도 앞으로 분사가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카드업계의 경쟁이 점차 과열될 전망이다. KT캐피탈은 올해 비씨카드를 인수함에 따라 하나SK카드가 선점한 모바일카드 분야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비씨카드와 하나SK카드의 경쟁은 통신업계의 양대 라이벌인 KT와 SK텔레콤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지난 2월 은행에서 분사한 KB국민카드는 현대카드 삼성카드와 2위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신정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카드업계 시장점유율은 신한카드 21.7%,현대카드 12.0%,삼성카드 11.0%,롯데카드 7.5%,하나SK카드 3.2% 순이었다.

한편 카드업계 경쟁 과열은 서민들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활동인구 대비 카드 보유 수는 지난해 말 4.59장으로 2003년 '카드대란' 당시(4.57장)를 넘어선 수준이다.

안대규/김일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