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 되려면 현장부터 배워라"…신입 사무직 첫 근무지는 공장

● 삼성전기의 파격 인사실험

"日 업체 이기려면 혁신 필요"…박종우 사장이 밀어붙여
100명 1년 배치에 60억원…일반직원·연구원도 추진

'아침에 일어나 잘 다려진 와이셔츠를 챙겨입는다. 초고층 빌딩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먼지 하나 없는 사무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획팀 표지판이 붙은 사무공간에서 컴퓨터와 전화기,서류철에 둘러싸여 일한다. '

앞으로 삼성 대졸 신입사원들은 이런 '첫 출근'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대학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는 삼성이 신입사원 전원을 최장 1년간 공장에 배치해 현장 경험부터 쌓도록 하는 인사제도를 실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넥타이 대신 작업복 입은 신입사원

21일 오후 경기 수원시에 있는 삼성전기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생산라인.올초 입사한 임수민 씨(26)는 다른 생산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지난해 공채시험에 붙었을 때 그가 떠올린 근무 풍경은 깔끔한 차림으로 연구소에서 일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생산라인 '선배'들과 함께 방진복을 입고 기계를 돌리고 있다.

현장근무는 임씨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수원사업장에서 그와 함께 근무하고 있는 신입사원은 20여명이고 여사원도 9명이나 된다. 회사 측은 100여명의 임씨 입사동기 전원을 교육차수별로 수원과 부산 등의 공장에 보내 최장 1년간 일하도록 했다. 임씨는 "처음엔 다리도 아프고 힘들었다"며 "지금은 핵심 제품 MLCC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확실히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 현장을 잘 이해하는 유능한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장 빠꼼이 교육…60억원의 실험

삼성전기 직원들이 한 해 받는 평균 급여는 약 6000만원.인사 재무 영업 연구 · 개발(R&D)등의 부서에서 일해야 할 신입사원 100여명을 최대 1년간 생산라인에 묶어두는 데 드는 비용만도 60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파격적인 실험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산라인에 인력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신입사원을 전원 공장으로 보내보자고 제안한 것은 박종우 사장이었다. 그는 전자부품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일본 경쟁사를 제치기 위해선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신입사원 교육제도를 혁신할 것을 주문했다. 스마트 혁명이 불면서 보다 정교한 첨단 부품을 요구하는 전자제품 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영업과 재무 등 사무직 직원들이 '현장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신입사원을 현장에 1년씩 배치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고된 일을 싫어하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입사를 희망하겠느냐"는 것이었다.

박 사장은 그러나 "제조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알아야 한다. 모든 답이 현장에 있는 만큼 신입사원 현장교육을 시행하라"고 밀어붙였다. 회사 측은 일반 사무직 직원과 연구원들에게도 현장근무 경험을 확대하기로 하고 관련 프로그램 구성에 들어갔다.

◆신입사원 교육 어떻게 하나

삼성전기는 다른 삼성 계열사들과 똑같이 그룹 공채 때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합격자를 대상으로 3주간에 걸쳐 그룹 공통 교육에 이어 한 달간 삼성전기 입문교육을 실시한다.

소속 부서가 결정된 이후엔 바로 생산현장에 투입된다. 교육차수별로 60여명씩 현장에 배치되는데 직무군에 따라 해외 공장은 최소 6개월,국내 공장은 최장 1년간 근무한다. 현장에선 생산직 직원들과 똑같이 3조2교대 근무를 하게 된다.

공장 근무 기간에 10주간의 중국어 교육도 이수해야 한다.

수원=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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