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틀새 1조 순매수…추가상승에 '베팅'

코스피 한때 2200돌파
현물·선물 동반 매수…긍정적 전망 반영
프로그램 비중 높아 수급에 부담 될 수도
한동안 쉬었던 외국인이 주식시장에 돌아왔다. 외국인은 이틀 만에 1조628억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지수를 2200선 근처까지 끌어올렸다. 여전히 프로그램 비중이 높아 마냥 장밋빛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외국인이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는 진단이다.


◆매수 금액 중 60%는 프로그램외국인은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834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하루 매수 금액으로는 올 들어 최대다. 전날 1745억원을 사들이며 7거래일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선 뒤 매수 강도를 한층 키우는 모습이다. 외국인이 복귀한 덕에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2211.36까지 치솟는 강세를 보인 끝에 28.63포인트(1.32%) 오른 2198.54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매수세가 재개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대부분 프로그램을 이용한 매매란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이날 외국인은 선물과 연계된 차익거래(1865억원)와 비차익거래(3537억원)를 합해 프로그램으로만 5402억원을 사들였다. 이날 순매수 금액의 60%가 넘는다. 외국인이 전날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들인 주식도 1473억원으로 전체 순매수 금액의 84%를 차지했다.

◆베이시스 강세 틈탄 차익거래외국인은 최근 선물 강세를 이용해 활발히 차익거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인홍 삼성증권 해외법인사업부장은 "이달 들어 선물시장이 초강세를 보이면서 베이시스(선 · 현물 간 가격차)가 강한 콘탱고(선물값이 주식보다 비싼 상태)를 보여 프로그램 차익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창구를 이용해 선물과 현물 주문을 낸 거래를 포함할 경우 지난달 중순 이후 외국인 매수 금액 중 70% 정도는 프로그램을 이용한 차익거래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선물가격의 강세 역시 외국인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선물 관계자는 "국내 자금의 가세로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하던 외국인이 급히 선물 매수로 헤지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주식을 보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가가 급등하자 선물을 미리 사들여 비싼 값에 주식을 사는 데 따른 비용을 상쇄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전날 외국인이 1만2000계약 가까이 지수선물을 순매수한 것도 현물을 매수하기 전에 미리 선물 포지션을 늘려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외국인이 주식을 사거나 팔 때 선물을 함께 사고파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 12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주식을 팔 때 매도했던 선물을 거의 다 되사들여 매매 방향이 매수 쪽으로 바뀐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단기 시각은 긍정적"

전문가들은 프로그램 매수가 추후 잠재 매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외국인이 장단기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는 의미여서 수급에 나쁘지만은 않다고 분석한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선물과 관계없는 비차익거래로 주식을 사는 외국인 자금은 대부분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연기금 등 장기 성향의 자금들이 국내 증시의 장기 추세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선물시장 외국인이 매수 우위인 점도 추가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는 요인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이날 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지난 이틀간 선물을 대거 매수했던 외국인이 포지션을 거의 청산(선물 매도 · 주식 매수)하지 않았다"며 "이는 단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여서 선물 강세→베이시스 개선→프로그램 매수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다만 "원화 강세를 겨냥한 헤지펀드들이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큰 선물 거래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여 분위기가 급반전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