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컨船도 안전 장담 못해…해운업계 불안감 확산

●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될 뻔한 한진텐진호

해적들 두차례 총기 공격…선박 일시 점령
최영함 9시간 만에 현장 도착, 조타실 장악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것으로 알려졌던 6500TEU급 한진텐진호 선원들이 전원 무사한 것으로 확인되자 한진해운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며 한숨을 돌리고 있다. 청해부대의 내부 정밀 수색 결과 해적의 것으로 추정되는 AK소총 실탄 3발이 발견되는 등 피랍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해운업계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속도가 느린 벌크선을 표적으로 삼았던 해적들이 더욱 과감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피랍 공포에서 안도까지한진텐진호의 피랍 가능성이 공표된 것은 21일 오전 9시께(한국시간)였다. 한진해운은 스페인을 출발,상하이를 향해 인도양을 항해 중이던 한진텐진호가 이날 새벽 5시15분(현지시간 20일 오후 11시15분)께 연락이 끊겼다고 발표했다. 비상상황을 알리는 위험신호(SSAS · 십시크리티알람시스템)가 외교부 상황실로 전달된 뒤 한진해운을 비롯 외교통상부 등 정부 당국은 피랍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때부터 청해부대가 사고 해역에 도착해 선원들의 안전을 최종 확인하기까지 한진해운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청해부대 UDT 2개팀이 한진텐진호가 정박 중이던 해역에 도착해 조타실을 장악한 것이 오후 6시40분께이고,7시5분에 선원 20명이 내부 '시타델(Citadel · 긴급 피난처)'에 안전하게 대피한 것을 확인했다. 청해부대는 한진텐진호가 긴급 구조신호를 보낸 해역에서 9시간 거리에 있었다.

청와대와 정부 관계 부처는 이미 오전 11시 무렵 선원들이 피난처에 안전하게 대피해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인근 해역에 있던 터키 군함이 헬기를 띄워 정찰한 결과 해적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고 알려줬다"고 전했다. 14시간 가까이 통신이 끊겼던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안전실 안에는 위성전화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며 "무전기(VHF)로만 통화해야 하는데 주파수가 맞지 않아 사실상 통화 수단이 끊긴 상태였다"고 말했다. 규정에는 없으나 한진해운이 긴급 피난처 안에 위성전화기를 설치하지 않아 상황 파악에 차질을 빚었다.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최악의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해적들의 납치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자 해운업계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1월21일 일명 '아덴만의 여명'으로 불린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 이후 3개월이 채 안된 시점에서 납치 시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한국 선박이 표적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삼호주얼리호 피랍 이후 국토해양부는 시속 15노트 이하,건현(수면에서 갑판까지 높이) 8m 이하의 '취약 선박'에 대해서만 피난처 설치와 사설 경호원 고용을 권고했다. 해적들은 이번에 길이 394m,폭 40m,건현이 12m이고,시속 20노트 이상으로 달리는 대형 컨테이너선까지 과감하게 공격,안전 기준을 높여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진텐진호가 이용한 유럽~아시아 노선엔 한국계 선박(국적 선사 및 한국 기업이 보유한 외국계 선박 포함)이 연간 280척가량 오간다.

해운업계는 이번 해적의 공격이 3개월 전 군사 작전에 대한 보복일 수 있다는 점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원들이 잠들어 있을 시간인 밤 11시께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박동휘/김정은/이유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