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역할은 시장을 시장답게 하는 것"

尹재정 "무상복지는 과도한 주장"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22일 "시장이 시장다워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게 정부 역할"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세종연구원 주최 세종포럼 조찬 강연에서 중국 제(齊)나라 때 공자의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임금은 임금답게,신하는 신하답게,부모는 부모답게,자식은 자식답게)란 말을 인용,"정부와 시장의 역할에 대한 답이 바로 이 문구에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장은 시장다워야 하고,정부는 정부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윤 장관은 "공직에 입문한 이후 정책 판단의 순간마다 '시장이 해야 할 역할을 정부가 하는 것은 아닌가' 자문하곤 했다"며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시장이 시장다워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거나 시장이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일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하는 협력적 균형으로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그러나 "정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이라며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정책에 따른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는 과정이 뒷받침돼야 효과적인 정책 추진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자극하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올 것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윤 장관은 "내년 양대 선거를 전후해 국가 차원에서의 합리적 대안 모색보다는 지역 표심을 자극하는 정책이 정치권 아젠다로 부각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무상복지 논쟁과 관련해서는 "무상복지와 같은 과도한 주장으로 자칫 현재 세대의 공짜 점심이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