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값 내린 SK, 점유율 되레 떨어졌다는데…

[인사이드 스토리] 갸우뚱 기름값…알쏭달쏭 정유사 득실

복잡한 할인방식 때문에 주유소 표시가격 높아
손님들 다른 곳으로 발길
"SK가 가장 확실하게 내렸는데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확 줄었다. "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22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한 말이다. 그는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과로 굉장히 연구해 볼 만한 사례"라고도 했다. 최 장관이 '미스터리'라고 느낀 현상은 정유사의 상이한 가격 할인 방식에서 비롯됐다. 지난 7일부터 3개월간 기름값을 ℓ당 100원 내리기로 하면서 업계 1위 SK에너지는 카드 결제 고객에 대해 대금 청구 시 ℓ당 100원을 빼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반면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나머지 정유사는 주유소 공급가격을 ℓ당 100원 내리는 방식을 썼다.

이론적으로 보면 SK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게 소비자 입장에서 합리적이다. ℓ당 100원을 확실히 할인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다른 주유소는 정유사의 ℓ당 100원 할인 전에 비싸게 사들인 재고가 남아있다며 판매 가격을 100원보다 적게 인하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이관섭 지경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일선 주유소를 상대로 샘플조사를 해보니 지난 7일 이후 SK 주유소를 찾는 고객이 종전보다 10~15%가량 줄고 다른 정유사 간판을 단 주유소 고객은 늘었다"고 말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최 장관은 "폴(정유사 간판)에 표시된 가격이 SK 주유소가 더 높아 (소비자의)혼란이 온 것 같다"고 풀이했다. 가격 표시판만 보면 SK주유소는 기름값을 전혀 내리지 않은 반면 경쟁사 주유소는 기름값을 내리면서 소비자들이 '착시현상'을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도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SK 고객들이 다른 주유소로 몰리면서 다른 주유소 입장에선 굳이 ℓ당 100원을 내리지 않아도 손님이 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금 결제 때는 OK캐쉬백으로 할인혜택을 돌려주는 등 SK주유소는 할인 방법이 복잡하다"며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소비자들이 다른 주유소를 찾는 측면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각에선 SK가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않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기름을 팔아 버는 이익이 ℓ당 20~30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ℓ당 100원을 할인한 기름을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점에서다. SK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 20일부터 할인 가능한 결제카드를 늘리고 가격표시판에도 ℓ당 100원이 할인된다는 점을 적시했다"며 " 시장 점유율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유사들이 ℓ당 100원 인하를 약속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일선 주유소의 인하폭은 소비자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최 장관은 "정유사가 ℓ당 100원을 내렸는데 주유소에선 60원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온다"며 "이 가운데 30원은 국제 유가가 오른 탓이고 10원은 주유소 재고 소진이 지연되는 마찰적 요인 등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재희/주용석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