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uccess Story] 技·禮·魂 중시 '기계쟁이'…"정밀 자동화설비 美·유럽서도 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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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탐구 - 오승묵 대양기술 대표
경기도 화성 구문천리 발안지방산업단지.일반 산업단지와는 달리 인근에 상점과 식당이 있고 군데군데 야트막한 산에는 형형색색의 꽃이 활짝 피어 공원처럼 느껴진다. 이곳에 대양기술(대표 오승묵·43)이 있다. 공장자동화 설비 업체다. 프레스 자동화 설비,필름가공 자동화 설비 등 생산 자동화 장비를 만든다. 이 회사에는 미국 일본 동남아 바이어들이 자주 찾아온다. 종업원 34명의 중소기업에 이들이 줄지어 찾아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대양기술 공장 안에 들어서면 수치제어장치가 부착된 기계들이 눈에 띈다. 프레스 자동화 설비와 LCD필름 자동가공 설비들이다. 이들 장비는 국내 업체는 물론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유럽 등 10여개국으로 수출된다.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대양기술은 △프레스 자동화 설비 △필름 가공공정 자동화 설비 △전용 자동화 설비(고객 주문에 따라 제작하는 해당 업체 전용 장비. 주로 검사 · 조립 · 공정용으로 쓰임) 등 크게 3가지 사업 영역을 갖고 있다. 프레스 자동화 설비로 사업성을 확보하고 필름가공 자동화로 성장엔진을 얻은 뒤 이제는 전용 자동화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연구 ·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이 중 프레스 자동화 설비는 프레스에 쓰이는 재료를 고속으로 정밀 공급하는 장치다. 프레스는 철판이나 동판 등 재료에 강력한 힘을 가해 자르거나 구멍을 뚫거나 구부리는 장비다. 금속 가공의 핵심 장비인 셈이다. 시계 카메라 등 정밀제품부터 자동차 차체 등 금속 제품은 대부분 프레스를 통해 가공된다. 공장 안에서 쿵쿵쿵 하는 소리가 들리면 그게 바로 프레스 작업 소리다.
과거에는 사람이 한 번에 한 개씩 금속판을 넣어 작업했다. 그러다 보니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요즘엔 철판이나 동판을 롤(roll) 형태로 공급하면서 연속 가공한다. 이게 가능해진 것은 프레스 자동화 설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설비는 롤 형태의 철판을 펴서 공급해준다. 대양기술은 정밀 · 고속 작동이 가능한 프레스 자동화 설비를 제작한다. 오승묵 대표는 "분당 600회 이상 프레스 작업을 할 수 있는 자동화 설비를 만든다"고 말했다. 눈에 안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다. 오 대표는 "재료를 고속으로 공급하되 속도와 수평을 일정하게 조절하지 못하면 불량품이 쏟아지기 때문에 자동화 설비의 품질은 정확한 속도와 수평 유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화 설비는 언코일 레벨러(Uncoil Leveller),범용 수치제어 롤피더(NC Roll Feeder),정밀 레벨러(Leveller) 등으로 구성된다. 언코일 레벨러는 철판이나 동판 등의 코일을 풀어서 공급하는 설비다. 롤피더는 이를 이송하는 장치이며 레벨러는 평탄을 유지하는 설비다.
이들 설비는 전기 전자 기계 금속 제어 센싱 공압 유압 기술들을 접목한 메카트로닉스 분야다. 3차원 설계를 통해 설비를 제작하는 것은 물론 PLC(기계장치를 움직이기 위해 로직 · 카운터 · 연산 기능 등을 수행하는 제어장치)와 PC로 기계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오 대표는 "이 제품을 국내에 공급하는 것은 물론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술을 활용해 LCD필름 프로세서 자동화 설비도 제작해 일본 대만 중국 폴란드 등에 수출한다. 비전프레스 로터리커터 진공활용이송장치 클린장치 등으로 구성된 장비다. 청정시설에서 LCD필름을 정확하게 자르고 이송하는 기능을 한다.
오 대표가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명지대 전기공학과와 성균관대 대학원 금속공학과를 나온 그는 외국산 자동화 설비를 수입 판매하는 업체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기술영업을 담당하며 이 분야의 기술 전반에 대해 익힌 그는 뜻하지 않은 계기로 창업에 나서게 됐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다니던 직장이 도산한 것이다.
오 대표는 "외환위기 여파로 원화 환율이 급등하자 외국 제품을 수입해 팔던 회사가 환차손을 크게 입어 어려움을 겪었다"며 "앞으로 어떻게 진로를 잡을지 밤잠을 못자며 고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차피 언젠가 내 사업을 해야 한다면 오히려 지금이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해 창업으로 진로를 잡았다. 직원 4명을 데리고 서울에서 창업했다. 키 180㎝에 몸무게 85㎏의 건장한 체격인 그는 기술영업 때 입던 세련된 양복을 벗어던지고 작업복으로 갈아 입은 뒤 현장에서 기름을 묻혀가며 개발에 몰두했다. 센서와 인버터 모터,서보 모터 제어 시스템을 속속 만들었다. 그는 지금도 공장 안에선 작업복을 입고 직접 기술개발과 생산을 진두지휘한다. 그는 "공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스스로 '기계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창업한 지 2년 만에 초고속 수치제어 롤피더를 개발했고 그 뒤 2차원 전송로봇,수치제어 레벨러 피더,단동 로봇,비전프레스,로터리 커터,진공활용이송장치,롤 프레스 등을 잇따라 만들었다. "거의 매년 1개 이상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자체 연구소와 외부 기술지도 기관,일본 업체 등과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오 대표는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2차원 이송장치 시트재단장치 레벨러 등 6건의 발명특허를 출원했고 벤처기업과 이노비즈기업으로 지정받았다.
지금도 신제품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프레스 자동화 분야의 경우 프레스로 원재료를 고속 정밀 이송해주는 새로운 타입의 2차원 로봇을 개발해 양산을 위한 테스트를 하고 있다. 필름 자동화 분야에서는 기존 로터리 커터보다 더 속도가 빠르고 기능도 뛰어난 커팅장치를 개발했다. 국내외 설비 공급을 통해 지난해 약 150억원의 매출을 올린 대양기술은 관계회사로 LCD필름 정밀 가공업체인 디와이LCD를 두고 있다.
대양기술의 사훈은 '기 · 예 · 혼(技 · 禮 · 魂)'이다. '기는 기술,예는 예의,혼은 열정'을 의미한다. 기술은 기본이다. 오 대표는 예에 대해 "자기가 하는 일은 물론 기계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혼은 제품 개발과 생산에 열정을 쏟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제품을 만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글로벌 시대인 만큼 해외 시장 개척에 더욱 적극 나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발안지방산업단지 기업인협의회 이사도 맡고 있는 오 대표는 "발안은 포화 상태인 인천 남동이나 반월 · 시화산업단지를 대체할 중요한 수도권 산업단지인데 대중교통이 불편해 직원 채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국가와 지방정부가 협력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이 지역을 관통하는 전철이 건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