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 실적 저조 왜?

4분기 순익 366억…전망치의 절반
채권 평가손 늘고 펀드 판매 줄어
한국투자금융지주의 2010회계연도 4분기(2011년 1~3월) 이익이 전 분기보다 40% 이상 줄었다. 연간 순이익도 1830억원으로 전년(2112억원)보다 13.4% 감소했다. 주력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부진에 따른 것이다.

24일 에프앤가이드의 2010년 4분기 증권사 잠정실적 집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의 지난 4분기 순이익은 366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41.1%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도 502억원과 359억원으로 각각 40.9%,42.1% 줄었다. 이는 당초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컨센서스)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 등 7개 자회사를 보유한 금융그룹임에도 불구하고 4분기 당기순이익이 삼성증권(730억원) 대우증권(577억원) 현대증권(402억원) 미래에셋증권(389억원) 등에 뒤졌다.

한국금융지주의 저조한 4분기 성적표는 한국금융지주의 주력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부진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올초 공격적으로 매수한 채권이 금리 인상으로 평가손을 입은데다 전공 분야인 펀드에서도 판매잔액이 줄고 상품운용 수익이 축소된 데 따른 결과"라고 진단했다.

증권사의 새로운 핵심 수입원으로 떠오른 자문형 랩 시장에서도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정보승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자문형 랩 시장에서도 PB 고객들은 '랩 열풍=삼성'이란 인식을 심은 삼성증권으로 몰리고,낮은 수수료를 중시하는 고객들은 '저가 수수료=키움' 공식을 만든 키움증권으로 가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어중간한 마케팅 전략을 취한 증권사들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1700억원가량의 상각금액 환입을 기대했던 리먼브러더스 인터내셔널 유럽(LBIE)과의 신용연계채권(CLN) 관련 소송도 지난 2월 1심 패소 판결을 받았다. 최종심에서도 패소할 경우 환입금액은 400억여원에 그치게 된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이 분야에 일찍 뛰어든 한국투자증권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