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사 교육 필수화에서 우려되는 것

교과부와 국사편찬위원회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가 내년 고교 입학생부터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되돌리는 내용의 역사교육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중국의 동북 공정 추진 등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대응,학생들의 역사의식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우리는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정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괜스런 걱정과 기우가 생기는 것도 숨길 수는 없다. 과연 우리는 어떤 한국사를 가르칠 것인지,퇴행적 민족주의를 한국사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본이나 중국 못지 않은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를 가르치지 않을지 적지 않은 우려를 갖게 된다. 물론 역사 교육은 운명적으로 자신이 속한 민족사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 자체를 부인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대사와 근대사를 둘러싸고 역사학계 내에서 치열한 논란이 있어왔고 현대사는 더더욱 좌우로 나뉘어져 물러설 수 없는 논쟁을 벌여왔던 것이 현실이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부터가 그다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TV 사극처럼 가르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하게 된다. TV 고대사극은 일종의 판타지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TV의 역사 교양물조차 소설과 사실의 구분을 점차 고의적으로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학계에서조차 우려하는 그대로다. 보편적 가치 혹은 보편사에 기반한 한국사가 아니라 민족적 감성만 강화하는 한국사가 되고 만다면 이는 역사라는 이름의 사이비 종교를 주입하는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역사를 제멋대로 해석하는 것은 학문의 저질화 현상이라고 하겠지만 그렇다고 소설과 사실(史實)을 고의로 혼동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