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재무설계 (3)] 노후엔 유동성·물가·장수 '3대 위험' 대비
입력
수정
건강검진 받듯 '가정 재무 진단' 우선…주택 평수 줄이는 게 바람직
저축 먼저하고 소비 나중에
보험 보장내역 꼼꼼히 체크
일생동안 필요한 돈 계산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수년 전 한 대통령 후보가 던진 화두였다. 요즘 갑자기 이 말이 생각나는 것은 전셋값과 사교육비 기름값 등 각종 생활물가가 오르면서 서민 살림살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늘어가는데 집값은 떨어지고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그렇다고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하다. 해법은 바로 재무설계를 짜는 데 있다. 모아놓은 돈은 없고 빚만 있어도,버는 돈보다 지출이 더 많아도,저축 한푼 못하는 팍팍한 형편이라도 재무설계는 필요하다. 경제 상황이 나빠질수록,먹고 살기 힘든 상태일수록 재무설계는 더욱 중요하다.
◆일생의 재무계획을 짜는 게 첫걸음
재무설계를 할 때는 6단계를 밟아야 한다. 우선 가정의 재무상태에 대한 진단부터 해봐야 한다. 우리 몸의 건강상태를 알기 위해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산과 부채,소득과 지출을 파악하고 보완할 점을 찾는 과정이다. 사실 재무진단을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두 번째로 일생 동안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 계산해본다. 미혼이라면 결혼자금으로 얼마가 필요하고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주택마련 비용이 얼마가 들지,부부 노후자금으로 얼마나 준비해야 할지 따져봐야 한다. 인생주기별로 예상되는 돈의 흐름을 알아보고 이에 맞게 저축과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 혼자서 하기 어렵다면 재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
다음으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자산배분)를 짜는 것이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상담하다 보면 가정의 자산구성이 부동산 위주로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음식도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듯 자산 역시 현금과 채권 주식 부동산 등에 골고루 분산해야 건강한 가정경제를 유지할 수 있다.
금융상품도 예 · 적금만 고집하지 말고 채권이나 펀드 등 위험자산에도 분산하는 게 바람직하다. 위험자산 내에선 수익률과 위험도를 감안해 별도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넷째 저축을 먼저 하고 나중에 소비하는 습관을 갖자.쓸 것 다 쓰고 남은 돈으로 저축한다고 생각하면 결국 한푼도 모을 수 없다. 그래서 포트폴리오에 맞춘 금융상품에 자동 이체해놓는 게 중요하다. 저축하고 남은 돈으로 소비할 수 있어서다. 투자할 때는 적립식 방법을 추천한다. 적립식 투자는 장기간 주식 등 위험 자산에 소액을 나눠 투자하는 방법이다. 위험을 관리하는 합리적인 투자기법이다.
다섯째 보장자산도 점검해본다. 예기치 않은 사고와 질병,또 이에 못지않은 '장수 리스크'에 대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보험이다. 현재 가입한 보험이 적절한지,또 보장내역은 충분한지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만일 부족하거나 중복된 내역이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리모델링해야 한다. 아직 보장자산이 없다면 고령화 시대에 필수인 실손의료비 보험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
마지막으로 은퇴 후 삶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재무설계의 핵심은 은퇴설계다. 지금과 같은 '100세' 시대에는 현역시절보다 은퇴 이후의 인생이 더욱 중요해졌다. 70세에 은퇴해도 30년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은퇴설계는 자녀 교육이나 주택마련과 같은 재무 목표보다도 중요하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주제다. ◆유동성 · 물가 · 장수 위험에 대비해야
은퇴설계를 할 땐 세 가지 위험을 염두에 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은퇴 이후 생활비가 부족해질 수 있는 유동성 리스크다. 처음부터 은퇴자금이 모자랄 수도 있지만 은퇴 초기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는 바람에 위험해질 수도 있다. 은퇴자금을 계산할 때부터 공적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은퇴 목적으로 가입한 모든 연금과 자산을 따져 평생 부족하지 않도록 인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두 번째는 물가에 대한 위험이다. 물가 상승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가령 연 3%의 물가상승률이 25년간 계속된다면 현재 100만원의 가치는 25년 후엔 약 48만원으로 줄어드는 구조다. 은퇴자금으로 오랫동안 불입한 연금이나 저축의 가치가 이런 식으로 쪼그라들면 인생 후반에 얼마나 어렵겠는가. 은퇴계획을 세울 때 반드시 물가를 감안해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은 생각보다 오래 생존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다.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평균 80.5세였다. 하지만 이 숫자는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이다. 남성은 적어도 90세,여성은 100세를 기준으로 각각 노후설계를 짜는 게 안전하다.
◆연금은 필수,노후엔 주택도 구조조정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금이다. 공적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연금을 촘촘하게 준비하는 게 가장 좋다. 개인연금은 보장성 보험과 같은 보험상품으로만 접근하면 답이 안나온다. '노후 생활에서 연금은 자식보다 더 효자'란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은퇴 후에는 주택 역시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 큰 집에 사는 사람 중 매달 생활비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들이 의외로 많다. 연금이 적다면 아파트 평수를 줄이고 즉시연금으로 갈아타는 게 더 안정적이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재무설계는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인생계획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인생의 청사진을 그리는 것이다. 행복한 삶을 만들기 위해 지금부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다 보면 행복한 인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임계희 포도재무설계 웰스매니지먼트 사업부 대표 khim@podof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