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사 대해부⑩-1]한국창의, 네달만에 1조3000억 모은 비결은?

"창의가 이틀만에 5000억원을 모았답니다."

작년 말 설립된지 한 달밖에 안된 새내기 자문사 하나가 증권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증권가 메신저 등을 통해 빠르게 소문이 번져나가면서 증권가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웬만한 자산운용사조차 모으기 힘든 5000억원의 자금을 단 이틀만에 끌어모은 한국창의투자자문 얘기다. 한국창의는 지난해 12월 13일부터 13개 증권사를 통해 자문형 랩 판매를 시작해 이틀 동안 5100억원을 모집했다. 최근에는 1조3000억원 내외의 계약고를 유지하고 있다.

◆ 증권가 스타 매니저와 애널리스트가 만나다

사실 이 같은 폭발적인 반응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한국창의는 2004~2008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을 지내며 '미래에셋디스커버리'를 한국 대표 펀드로 끌어올린 서재형 대표가 만든 투자자문사다. 국내에서 손 꼽히는 스타급 펀드매니저로 꼽히는 그가 미래에셋을 떠나 자문사를 차린다고 했을 때부터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여기에 김영익 전 하나대투증권 부사장이 자문사에 합류한다는 소식에 증권가는 다시 한번 놀랐다. 김 대표는 2004년부터 4년 연속 언론사가 선정하는 '베스트 이코노미스트'와 '베스트 스태리티지스트' 왕관을 동시에 차지했던 인물이다. 국내 증권가에서 최고로 손꼽히던 경제전문가이자 투자전략가로 손꼽혔던 것.

김 대표는 "서 대표와 나는 각각 국민은행과 대신증권에 다니던 시절에 만나 15년이나 지속된 인연"이라고 밝혔다."서 대표가 미래에셋을 그만뒀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다른 사람은 아니더라도 서 대표가 제안을 하면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내심 있었어요. 그런데 마치 제 맘을 읽었다는 듯이 서 대표가 같이 자문사를 차려보지 않겠냐고 말을 꺼내오더군요."

사실 두 사람이 함께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각자 분야에서 크게 성공했던 두 사람이 모이다보니 의견 충돌이 있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종목 선정이나 투자 철학에서 공통되는 점이 많다. 가치관도 비슷하다는 설명이다."상대방의 장점을 살려주면서 단점을 보완해주는 것이 부부 아니겠습니까. 저와 서 대표가 그렇지요. 처음 자문사 문을 열면서 둘이 약속한 게 있습니다. 끝까지 한번 함께 해보자, 그리고 둘 중 누군가가 먼저 죽었을 때 상대방 무덤에 찾아가서 소주 한잔 돌리면서 '그 동안 고마웠다' 라고 인사해주자고요."

◆ "문전옥답이 있는데…"

한국창의가 문을 열고 운용을 시작한 첫날 증시에는 몇몇 종목들이 '한국창의 포트폴리오'라며 이름을 탔다 . 삼성전자, 현대차, 만도, OCI, KB금융, 신한지주, 삼성테크윈, 현대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LS산전 등이었다.

시장 참여자들은 "참신한 종목을 발굴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생각 외로 평범하다"며 의아해하는 반응이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문전옥답(門前沃畓)이 20여마지기가 있는데, 여기에 농사를 짓지 뭐하러 산 넘고 강 건너 천수답에서 농사를 짓겠느냐"고 반문했다.

우리나라 핵심 우량주, 대표적인 종목이고 꾸주히 올라갈 수 있는 종목에 투자해야 궁극적으로 시장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한국창의의 투자 철학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창의는 아직까지 이들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흔들릴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볼 때에는 꾸준히 올라갈 만한 주식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우리 종목이 실망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큰 그림을 보고 투자하는 콘셉트이기 때문에 증권사 투자설명회를 가더라도 늘 우리의 투자 철학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데 주력합니다."

김 대표는 "투자자문사로서는 이례적으로 고객자산관리팀을 따로 두고 고객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믿어주는 고객을 위해 수시로 시장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밝히고자 노력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자문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에 적극 대처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서 대표는 "헷지펀드 시장이 점차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거액 고객 맞춤형 자산운용이 서서히 본격화되고 한국에서도 다양한 투자자문에 대한 욕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단위, 자산단위의 다양한 자산배분 욕구가 분출하는 금융환경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대중적이고 범용적인 투자상품과는 별도로 한국창의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맞춤형으로 팔 수 있는 스타일 상품 등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해외 상품에도 관심을 놓치지 않고 있다.서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주식외에 채권, 외환, 그리고 동아시아권에서의 자산배분에 대한 노하우가 가장 많이 쌓인 곳이 한국"이라며 "한·중·일 관련 다양한 투자전략을 취할 수 있는 상품들도 점차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