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전망] 얼어붙은 주택 거래 언제쯤 풀릴까…위례신도시·보금자리가 최대 변수

시세보다 싼 공공주택 쏟아져
무주택 실수요자 관망 중
투자자는 세금 탓 거래 꺼려

회복시기 정부 의지에 달려
장년층, 수익형 부동산 관심을

"직장 이전 때문에 이사를 가야 하는데 집이 너무너무 안 팔려요. " "대출 이자 때문에 힘들어서 집을 처분하려는데 집이 안 팔려서 고민이에요. "

"장사가 너무 안 돼요. 외환위기 때도 버틸만 했는데 이번 불황은 정말 심하네요. " "집 담보 대출로 버티는데 이자가 오르면…."요즘 시중에서 터져나오는 하소연들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수출도 잘되고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지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힌 듯하다. 왜 이렇게 집이 팔리지 않는 걸까. 언제쯤이면 집을 팔 수 있을까.

◆부동산 시장을 읽을 변수는

향후 부동산 시장을 읽을 변수는 무수히 많지만 15가지 정도로 요약해 본다면 △세계경기의 회복 여부 △기준금리 및 시중금리의 변동 △가계부채와 주택담보대출의 증감 △시중 유동성 확장 여부와 시기 △내수 경기 회복 시기 △가처분 소득의 증가 속도 △물가 상승 속도 △국내 인구와 가구의 변화(특히 수도권 인구와 가구 변화) △부동산에 대한 규제 완화 시기 △주택 거래량 증가 시기 △매물량과 입주 물량 증감 △주식시장의 추이 △주택 전세가격 변화 △보금자리주택 추가 지정 여부 및 입주 시기 △위례신도시 청약 완료 시기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변수 중 경기 상황이나 물가 금리 유동성 등 일반적인 변수도 중요하지만 세계적인 부동산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국내 부동산 경기를 감안하면 한국만의 특유한 정책이나 제도의 영향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위례신도시와 보금자리주택 변수 주목

특히 실질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변수를 꼽는다면 위례신도시 청약 완료와 보금자리주택의 향배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급등하던 미국 등 전 세계 주택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2006년 하반기에 한국의 주택가격은 급등했다. 당시 수도권 주택 거래량은 2006년 10월~2007년 1월까지 예년 같은 기간의 거래량보다 4~6배가량 급증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생긴 이면에는 판교신도시와 청약제도라는 한국만이 가진 특수한 변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판교신도시 마지막 동시분양의 청약 당첨자가 발표된 2006년 9월 중순에 청약에 나섰던 38만명 중 당첨자는 7800여명에 그쳤다. 판교신도시 분양을 기다리며 주택을 구입하지 않았던 낙첨자들이 대거 주택 구입에 나서면서 거래량이 크게 늘고 가격도 급등했던 것이다.

현재 상황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위례신도시(송파신도시) 분양을 기다리면서 주택 구입을 미루는 무주택자가 많고 주변 시세에 비해 20~30% 싸게 분양하겠다는 보금자리주택을 기다리는 무주택자도 늘어나고 있다. 무주택 기간,청약통장 가입 기간,부양 가족 수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는 청약가점제가 시행된 이후 무주택자는 집을 사지 않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청약가점이 높아지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주택을 구입하지 않고 정부에서 공급하는 싼 주택을 기다린다.

유주택자도 주택 구입을 꺼리기는 마찬가지다. 주택을 매입해 투자 수익을 얻는다 하더라도 양도세 중과로 인해 거의 대부분의 수익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주택을 보유하는 기간 동안 종합부동산세,대출 이자 등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중과세가 시행된 2004년 이후 주택에 대한 투자자는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을 팔고 이사해야 할 1주택자는 실수요자도 없고 투자자도 없는 시장 환경 탓에 가격 등락이나 심리적인 이유 등과 무관하게 반드시 해야 할 이사도 할 수 없는 지경으로 몰리고 있다. ◆주택시장 회복은 언제쯤

국내 건설 · 부동산 시장은 내수 경기뿐만 아니라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주택 상가 토지 오피스 등 부동산 내부의 유통구조는 상호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유통구조다. 주택을 팔고 상가를 살 수 있고 상가를 팔고 토지를 사거나 주식 펀드를 살 수도 있다. 작년 이후 급격히 침체된 부동산 시장,그중에서도 가장 근간을 이루는 주택 거래의 침체로 인해 부동산 시장 전체뿐만 아니라 내수 경기 회복에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주택시장은 회복될 수 있을까. 팔리지 않던 집과 땅이 팔리기 시작하는 시기는 언제일까. 해답은 정부에서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규제 완화의 속도에 따라 회복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2008년 이후 주택 공급이 부진했기 때문에 올 하반기부터 입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전 · 월세 가격이 계속 강세를 보일 공산이 크다. 최근 이어지는 초소형 오피스텔,고시텔,도시형 생활주택의 공급에 따라 주거 수준의 하향 평준화로 도심 전세 물량의 품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심의 높은 전세가를 피해 외곽지역으로 전세난민이 이어지면서 지역별 전세가격 상향 평준화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수익형 부동산으로 옮겨타는 현상 본격화

토지 보상 기간이 오래 걸릴 수 있는 보금자리주택은 입주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으므로 현재로선 주택 거래 활성화가 이뤄지는 시기는 위례신도시 동시분양이 마무리되는 2013년 상반기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례신도시의 분양이 늦어질수록 대기 수요자가 늘고 시장 침체의 골도 깊어지며 유보된 수요자의 귀환에 따른 폭발력도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분양 시기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주택이나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진 이후 대출 부담이나 노후 대비를 위해 집을 팔고 싶은 베이비부머 등 장년층들은 향후 주택 거래가 활발해지면 주택을 매각하고 안정적인 월세가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옮겨타는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고 남들보다 한박자 빨리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택 구입을 미뤘던 무주택자들은 거래 활성화 시기에 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진 기존 신도시로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는 점과 중대형으로 교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 cskwak@naver.com